병원장이 탄식하며 입 속으로 중얼거린 그 말은 여객기의 실종이 테러에 의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 것이었다.
 “어린이 엑스포에 가는 아이들이 60여 명이나 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더 이상한 거죠.”
 대개 테러라면 부자나 권력자를 증오하여 보복의 대상으로 삼거나 정치적, 또는 종교적 갈등 때문에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동월항공은 서민들의 여행비를 조금이라도 절감해 주려고 시작된 저가 항공사였던 것이다.
 “가난한 자를 학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성경에만 그렇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수긍하는 교훈이고 마땅한 도리였던 것이다. 병원장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자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지구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목사도 따라 일어나서 지구본 쪽으로 다가갔다. 병원장은 지구본에 그려져 있는 한국을 보다가 그것을 천천히 돌려 동남아 쪽에 시선을 꽂았다. 
 “방콕의 돈므앙 공항을 이륙한지 24분…”
 그의 손가락 끝이 태국의 방콕에서 미얀마의 양곤을 향해 가는 동월항공 317편의 항로를 따라 움직였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정선 목사가 말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의 파야똥수 근처에서 신호가 사라졌다고 했지요.”
 병원장의 손가락 끝이 파야똥수에서 멈추었다.
 “그렇다는군요.”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이 목사를 바라보았다.
 “…콰이 강의 다리!”
 “네?”   
 “그 영화를 봤지요? 알렉 기네스와 윌리엄 홀든이 나왔던”
 “아, 학생 시절에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군이 영국군 포로들을 동원해서 콰이 강에 철교를 건설했다는…”
 본래 이름이 콰에노이인 그 콰이 강은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을 따라 흘러내려 타이 만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영화이지요.” “영국군 포로들의 휘파람 행진곡이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군요.”
 1941년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전쟁에 뛰어든 일본이 그 이듬해에는 연합군의 수비가 비교적 약했던 동남아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태국, 버마, 말레이시아 등을 차례로 점령한 일본군은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버마의 탄퓨지엑과 태국의 농쁠라둑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시작했다.   
 “일본군은 그 공사를 위해 연합군 포로와 동남아 각국의 인부들을 강제로 동원했는데, 일본군의 학대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답니다.” 
 험한 절벽과 절벽을 연결하고 강에 철교를 놓는 그 공사에는 27만명이 동원되었다고 했다. 총 415㎞에 이르는 철도를 건설하면서 매일 16시간 이상의 중노동과 가혹한 고문에 시달려 사망한 영국군 포로가 6500명이었고, 네덜란드와 호주 그리고 미군 포로까지 합치면 사망자 수가 갑절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죽음의 철도라고 했다더군요.”
 공사 중 죽어간 자들의 유골은 태국의 깐짜나부리와 미얀마의 탄퓨지엑 쪽에 나뉘어 매장되었다. 지금 그 묘지들은 모두 관광 자원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그 죽음의 골짜기 상공에서 EW 317편이 실종된 것입니다.”
 “수색대가 거기서 여객기의 흔적을 찾고 있겠군요.”
 이 목사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주여, 왜 그들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