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전염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20여 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다수의 감염자와 희생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방역당국의 판단착오와 무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초기 진단도 늦었고, 차단 조치도 부실했으며, 감염 위험자에 대한 격리와 추적관리도 부실했습니다. 특히 관련 병원들을 비공개로 숨긴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른 채 3차 감염의 매개 역할을 했습니다. 훌륭한 의료진과 의료체계가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병원 관련 정보를 숨긴 정부의 잘못이 치명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3차 감염이 급증한 뒤에야 병원들의 이름을 공개했지만, 이미 사태는 커질 대로 커졌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 단계를 넘어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위험국으로 여겨지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줄고 있고, 국내 소비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졌습니다. 급기야 정부가 가계 빚 급증의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메르스는 위험한 전염병입니다. 특히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가 얼어붙을 만큼 공포의 대상은 아닙니다. 실체를 알고 잘 대비하면 의의로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체를 모르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하면 공포감의 확산을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 자체입니다. 이미 발생한 환자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것입니다. 정부만 믿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연쇄 감염의 고리를 끊는 마지막 힘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관련 병원을 특정 위험 기간 중 방문한 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당국에 신고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또 자가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지켜야 합니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충분하고 적절한 보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실패를 교훈삼아 투명한 정보공개와 철저한 후속조치를 기대해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