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밖으로 나온 이정선 목사는 교회 마당에 세워 두었던 봉고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기어 레버를 D에 넣었다. 취재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온 그는 곧장 송림병원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현관으로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안내원이 일어서며 인사를 했다.
 “병원장님 계시지?”
 “네.”
 그는 곧장 병원장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병원장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이 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이 목사의 손을 잡으며 병원장이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박사님께서 수고를 많이 해 주셨는데.”
 본래 외과 전문의인 병원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깜보의 구개, 구순열 성형 수술을 직접 집도하여 그 아이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수색 결과는…”
 “네, 아직 후속 보도가 없습니다.”
 실종된 여객기에는 주포교회의 두 선교사와 그 가족이 타고 있었지만, 탑승객 중 의료봉사를 위해 떠났다는 의사 4명에는 송림병원의 소아과 과장인 안지문 박사도 들어 있어서 사고를 당한 입장에서는 교회와 마찬가지였다. 병원장은 우선 이 목사를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도 앉았다. 
 “현지에는 누가 가실 겁니까?”
 “제가 직접 가족들을 모시고 가려구요.”
 그 때 병원 구내 전화의 벨이 울려서 병원장이 받았다.
 “여보세요? 아, 백 참사관.”
 미얀마의 양곤에서 들어온 전화를 교환에서 연결한 모양이었다. 
 “네, 뭐라구요?”
 병원장이 ‘네, 네’를 반복해가며 전화를 받는 동안 이 목사는 그의 안색과 표정을 살피느라고 바빴다. 백승기 집사가 병원장에게 실종된 여객기의 수색 경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포교회의 이 목사님과 가족들이 곧 양곤으로 출발할 것입니다. 너는 아무래도 병원 일 때문에 기획실장이 안 박사 가족과 달리다굼 쪽 의사들의 가족을 모시고 갈 것입니다. 네, 잘 부탁합니다.”
 달리다굼 의사회는 특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하는 소아과 의사들의 모임이었고, 실종된 한국 의사 4명은 모두 달리다굼 소속이었다. ‘달리다굼’은 예수가 열두 살 된 소녀를 살려낼 때 사용했던 아람어였고 ‘소녀여, 일어나라’는 뜻이었다. 수화기를 내려 놓은 병원장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직 다른 소식이 없답니까?”
 이 목사가 묻자 병원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여객기가 실종된 그 시간에… 마침 세찬 소나기가 내려서, 항공기를 보았거나 특이한 폭음 같은 것을 들은 사람도 찾지 못했다는군요.” 
 “소나기가 내렸다면 악천후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나 이륙 후 24분이라면…”
 이 목사가 그 뜻을 짐작하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 시간이라면 항공기가 구름 위로 올라갔을 때이겠네요.”
 악천후 때문이 아니라면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었다. 테러를 당한 경우라면 승객이 안전할 수 있는 확률은 더욱 희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하필이면 그 비행기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