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포즈를 부탁하며 마구 플래시를 터뜨리다가 겨우 물러가자 이정선 목사는 신경환 선교사의 모친과 유한나 선교사 부모의 등을 한번씩 더 쓰다듬고 나서 조용히 목양실의 문을 닫았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 폰에 진동이 오고 있었다.
 “아, 네. 병원장님. 제가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본당 쪽으로 가며 통화를 계속했다.
 “네, 잠시 후에 그리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본당에 들어선 이 목사는 다시 강단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성도 여러분…”
 그는 또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이 산상에서 말씀하신 8복이 있고, 누가복음에는 평지에서 말씀하신 4복이 있습니다. 산에서는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나니 저가 위로를 받을 것이라 하셨고, 평지에 내려와 불쌍한 사람들과 만나셨을 때에는 지금 우는 자에게  복이 있으니 너희가 웃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는 또 잠시 울음을 삼키다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울 때입니다.”
 결국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모두 흘리며 큰 소리로 우십시다. 주님께서 우리의 눈물을 보고 계시며,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십니다. 지금 울고 있는 우리를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고…”
 성도들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멘…”
 이 목사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리고 우리를 결국 웃게 해 주실 것입니다.”   
 “아멘.”
 “자, 우리 모두 함께 기도하십시다. 부르짖는 소리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우리도 다니엘처럼 주님을 부르십시다. 주여!”
 다니엘은 기도할 때 ‘주님’을 세 번 불렀던 것이다.
 주여, 들으소서.
 주여, 용서하소서.
 주여, 귀를 기울이시고 행하소서.
 본당에 모인 교인들은 일제히 두 손을 치켜들며 이 목사와 함께 ‘주여’를 세 번 외친 후 큰 소리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본격적으로 기도를 시작하자 다시 여기 저기서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다. 이 목사는 단상에 꿇어앉아 손바닥으로 강단의 마루판을 쳤다.
 “사자굴에서 다니엘을 구해내신 하나님 아버지, 신경환 선교사와 유한나 선교사와 그들의 자녀를 구해 주옵소서. 저들이 주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미얀마에 가기로 서원하고 5년이나 준비하여 떠난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온 교우가 마음과 힘을 다 해 주님께 기도하고 그들을 파송하지 않았습니까?”
 얼굴과 온 몸에 땀을 흘려가며 기도하던 이정선 목사는 일어서다가 다시 넘어졌다. 오랫동안 무릎을 꿇은채 기도하여 감각이 거의 마비되었던 것이다. 그는 두 손으로 강단의 마루판을 짚으며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강단 아래로 내려섰다. 그는 아직도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는 교인들을 둘러보다가 맨 앞자리에 있는 부목사의 등을 두드렸다. 부목사가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두분 선교사의 가족들과 내가 현지로 갈 수 있도록 여권과 항공권을 준비해 주게. 지금 내가 좀 다녀올 데가 있으니 뒤를 부탁하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