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자들의 삶 - 이상열 목사(춘천교회 담임) |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 살기 위해 갈망하던 내일이다 - Today that you wasted is the tomorrow that a dying person wished to live)라는 글이 ‘하버드 대학 도서관의 낙서’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먼저 죽은 이들이 그토록 살고자 갈망했던 소중한 내일을 오늘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춘천교회는 5월 가정의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세 분 성도의 천국환송예배를 함께 드렸다. 세 분은 각각 다르지만, 최근에 심각한 질병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춘천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다. 마치 마지막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령으로 교회를 나오게 되었지만 ‘주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불편함과 병원 측의 강한 권면으로 거의 교회를 출석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 동안 주님의 크신 은혜로 참석하여 교회 예배가 좋고, 새벽기도회에도 꼭 나오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분들이었는데 모두 훌쩍 천국으로 옮겨 가셨다.
62세를 향유하신 이향원 성도는 수술 후, 담관암으로 가뿐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분이다, 마지막 임종 때는 함께 했던 호스피스 집사님들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며 잠자듯 주님 품으로 옮겨갔다. 안타깝게도 가족도, 시신도 없는(강원대학교에 기증) 장례를 치러야 했기에, 교회는 직접 호상이 되고, 가족이 되어 장례예식에 함께 했다. 몇 분의 성도들은 장례식 분위기를 연출한답시고 육개장을 끓여 많은 사람들을 섬겼고, 떡을 빚어 나누며, 꽃으로 성전을 꾸미고, 검은색 리본을 준비하여 성도들의 가슴에 달아드렸다.
이어서, ‘행복한 동행’ 요양원에 계셨던 83세 고령의 강은화 성도도 찾아주는 가족도 친척도 거의 없었던 터라, 원장이신 박영애 집사님이 정성을 다해 몇 분의 지인들과 함께 장례예식을 감당했다. 다시 교회가 가족이 되어, 천국으로 가시는 길을 환송해 드렸다. 연이어, 6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고 온 몸이 마비되어 일체 거동이 멈추었던 59세의 이영애 성도도 실날같은 호흡을 멈추고, 이제 누구도 깨울 수 없는 영원한 안식과 평안의 깊은 잠에 들어갔다. 매주 수요일 오후면, 요양원을 병문안하던 우리 일행을 오히려 챙겨주고, 위로하고 유머잔치를 벌이며, 해맑게 여성스러움이 돋보였던 분이다. 병실을 떠날 때쯤이면, 언제나 우리를 향하여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가 하면, 연일 병상에서도 주기도문을 수백 번이나 암송하며 기도했다고 했다. 하나님의 가족으로 함께 했던 시간들이 눈에 선하고, 아른거린다. 이제는 저 천국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으리라!
주님의 은혜 가운데 5년 전, 시작된 개척교회 현실에서 무려 세 분이나 천국행을 택하셨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우리만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5월 가정의 달에 가족도 연고도 시신마저도 없는 장례예식을 연거푸 치르면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려 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그리고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 6:13)는 말씀이 들려온다. 우리 모두 거룩한 씨인 그루터기 신앙을 가지고, 그 남은 그루터기에서도 새순이 돋아나 생명력이 넘쳐나는 당찬 믿음을 견고히 하여 영생 복락의 천국을 소망하며, 이 땅의 삶을 힘 있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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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5.31. am 10:03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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