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가 그에게 설명을 보태 주었다.
 “네가 언청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백승기 참사관이 너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펴 주다가 한국에 보냈고, 그래서 이정선 목사님을 만났고, 착한 아빠와 엄마도 만났고, 너를 도와준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된 것 아니겠니?” 
 깜보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네, 그렇군요.”
 모든 이들이 깜보의 슬기로움에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젊은이는 궁금하다는 듯 다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어서 말해 보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감람산에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말씀하셨어요.”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
 “그런데 왜 제 아빠와 엄마처럼 많은 준비를 하고 떠난 선교사들이 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또는 도착하자마자 데려가셨나요?” 
 깜보의 첫 질문에 웃음짓던 이들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품을만한 의문의 정곡을 그가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가 대답을 했다.
 “그들은 이미 자기 몫을 다 했기 때문이다.”
 “네?”
 “제자들에게 내가 했던 당부는 내 증인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어. 내가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그들이 나와 내 뜻을 충분히 증거했기 때문이란다.”
 “그럼 도대체 일은 누가 하구요?”
 젊은이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깜보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일은…내가 하는 거야.” 
 깜보가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아, 역시!”
 젊은이는 자신의 말을 금방 알아듣는 깜보가 몹시 귀엽다는 듯 물었다.
 “너…지금 몇 살이지?”
 “열두 살요.”
 “내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랍비들과 문답했던 바로 그 나이로구나…”
 젊은이가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깜보야, 네게 특별히 부탁할 것이 있는데 들어 줄 수 있겠니?”
 “네?”
 “실은 내가 세상에 다시 내려갈 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먼저 보냈으면 좋겠는데 네가 나보다 먼저 세상으로 갈 수 있겠니?”
 “제가요?”
 잠시 망설이던 깜보가 마음을 정했는지 고개를 들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가겠어요.”
 “너는 이미 강을 건너왔기 때문에 다시 세상으로 가더라도 성장판이 닫혀서 늘 열두 살 그대로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와 늘 함께 할 꺼야.”
 여기까지 함께 와서 다시 작별을 하게 되자 신 선교사 부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누구보다도 오빠를 따랐던 소라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소라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깜보에게로 다가가더니 아직도 손에 쥐고 있던 빨간 포장의 킷캣 초코바를 그에게 건네 주었다.
 “이건 오빠가 다 가져. 여기선 더 좋은게 많을 테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