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구나.”
 깜보가 고개를 끄떡였다.
 “네.”
 “깜보야, 어서 말해 보아라. 나는 질문하는 아이를 좋아한단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깜보가 입을 열었다.
 “제가 배운 바로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또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말씀이시며, 하나님께서는 그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사도 요한이 기록한 복음서에도 보니까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고 되어 있어요.”
 젊은이는 기특하다는 듯 깜보의 볼에 입을 마추었다.
 “너, 공부를 아주 잘 했구나.”
 칭찬의 말을 들은 깜보가 씩 웃고나서 다시 질문을 계속했다.
 “그런데 왜… 저는 언청이로 태어났나요?” 
 깜보의 당돌한 질문에 젊은이뿐 아니라 그들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이들이 다 깜짝 놀랐다. 아이의 질문이 계속되었다.
 “제가 언청이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 때문인가요? 저의 죄 때문인가요, 아니면 제 부모의 죄 때문인가요?”
 모두들 놀라고 있는 사이에 깜보는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아니면 저를 만드실 때 재료가 모자랐나요?”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모두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젊은이도 그들과 함께 미소짓다가 다시 깜보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깜보야.”
 “네?”
 “요한의 복음서를 보았으면 실로암으로 보낸 소경 이야기도 읽었겠지?”
 깜보의 입가에 갑자기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이미 젊은이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를 다 알아버렸던 것이다.
 “네, 읽었어요.”
 그러나 젊은이는 친절하게 깜보가 알아버린 대답을 들려 주기 시작했다.
 “그 날도 제자들이 너처럼 내게 물었단다. 그가 날 때부터 소경으로 태어난 것이  자기의 죄 때문인가, 아니면 그 부모의 죄 때문인가를.”
 “네, 그랬어요.”
 깜보가 그렇게 수긍한 것은 젊은이의 입으로 직접 그 대답을 듣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가 기대한대로 젊은이의 대답이 이어졌다.
 “내가 그들에게 뭐라고 대답해 주었는지 너는 기억하고 있겠지?”
 고개를 끄떡이는 깜보에게 젊은이가 말했다.
 “그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자기의 죄도, 그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고,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내가 대답해 주었거든.”
 “네, 기억하고 있어요.”
 그는 깜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깜보야, 네가 언청이로 태어난 것은 너나 네 부모의 죄 때문이 아니고, 그리고 재료가 모자랐던 때문도 아니라…”
 그러자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었어.”
 “어떤 일을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