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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고별편지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윌슨 레이건은 여러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권력의 정상에 오른 인물입니다. 1980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그의 나이는 69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자였습니다. 또 그는 전임자들과 달리 아이비 리그 명문 대학이 아닌 전교생 250명의 조그만 고향 인근 기독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사회 경력 역시 빈약해서 영화배우협회 회장, 제너럴 일렉트릭(GE)사 홍보대변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전부였습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외교나 국방, 국가 경제와 행정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쌓을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취임 당시 그에 대한 시선은 매우 냉소적이었습니다. 혹자는 레이건이 배우 출신임을 빗대 ‘Acting President’, 곧 ‘대통령을 연기하는 사람’, 또는 ‘대통령 직무 대행자’라고 비아냥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8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레이거노믹스’를 통한 경제의 활성화, ‘힘의 외교를 기반으로 한 냉전의 종식’, 무엇보다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준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은 ‘소통의 달인(Great Communicator)’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됐습니다. 그의 정직함과 신실함이 이 같은 인식의 토대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4년 11월 5일, 자신이 직접 쓴 미국민들에게 보낸 고별 편지가 대표적 예입니다. 이 서신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여기고 비공개로 할 것인가, 아니면 공인으로서 일반에게 공개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환기시키기 위해 알리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더 이 증세가 깊어지기 전에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커다란 영예를 주셨던 국민들에게 꼭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심정을 밝힙니다.

 우리 사회가 또다시 ‘진실게임’에 휩싸여 있습니다. 정직함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질병을 솔직히 밝히고 이마저 국민에 대한 봉사의 계기로 삼으려 했던 레이건의 용기와 공인정신을 되짚어 보며 더욱 숙연함을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김성동 장로(한세대 교수, 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15.04.26. am 11:4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