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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의 위험에 빠지지 말자
무조건 1등 보다는 정직하고 선한 것 중요 
매순간 예수님이라면 어찌 하실지 고민해야

 우리가 때로는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에 치중한 나머지 정체성을 잘못 해석해 양극단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먼저 ‘크리스천은 착해야 한다’라는 전제 아래 매사에 너무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물론 착해야 한다는 건 지당하지만 자신이 크리스천으로서 착하게 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걸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는 잘못이다. 이와는 반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논리에서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크리스천이 너무나 많다. 무엇을 하더라도 1등을 해야 하고, 실수 없이 남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이다. 이상의 두 경우는 모두 정체성이 바르지 않을 때 생겨나는 극단적인 단면들이다.

 그렇다면 크리스천의 바른 정체성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선 말씀에 의지해서 정체성이 바른 사람은 ‘크리스천은 착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가 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매듭짓지는 않는다. 즉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가식적으로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신 말씀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철저히 타락한 죄인인지를 깨닫게 되고, 그때 비로소 겸손해지고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실수한 것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변화를 얻게 된다. 그래서 착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느낄 정도로 선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체성이 바른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말을 ‘성공’이 아닌 ‘성장’으로 이해할 것이다. 성공이 결론적으로 이기는 것을 뜻한다면, 성장은 순간순간 자라남을 가리킨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패러다임이 아닌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하였느냐 못했느냐의 개념에 따라 좌우된다.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하는 요령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물은 후, 만약 예수님이라면 어찌 하실까를 고민하면서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 예전에 들었던 어느 목사님의 설교가 문득 기억난다.

 “크리스천들이 성공신화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크리스천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땅콩 장사를 하는 크리스천이 믿지 않는 땅콩 장사와 경쟁을 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되박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장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설혹 믿지 않는 땅콩 장사가 되박을 속여 안을 불룩하게 만든 다음 위로 높이 쌓아 땅콩을 팔지라도, 믿는 땅콩 장사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지 않고 바르게 장사합니다. 그러다 장사가 안 돼서 망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을 속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야기하겠죠. 그 크리스천 땅콩 장사는 왜 안 나오냐고. 이에 누군가는 ‘크리스천이라서 되박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다가 결국 망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는 일입니다. 장사 잘 돼서 돈 많이 벌어 교회에 십일조를 많이 내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아니라, 크리스천이라서 정직하게 장사하다 망했다는 소리 듣는 편이 오히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입니다. 사람들이 그 자리에선 쯧쯧 하며 혀를 차겠지만, 그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크리스천의 정직함이 심겨질 것입니다. 이처럼 진심으로 선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감동하면서 ‘역시 예수 믿는 사람들은 다르구나’라는 인식을 싹틔우게 해야 합니다”

 이 설교를 들으면서 나는 크리스천의 이기는 습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눈앞에 이익을 위해 지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현재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엔 이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기는 습관인 것이다. 이야말로 하나님을 믿는 자의 바른 정체성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나 학벌, 돈, 권력 등으로 정체성을 삼지 않고 주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자녀라는 바른 정체성을 갖게 되면, 사물과 이치를 바라보는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가 하면, 쉽게 스쳐 보내던 것들이 정작 중요하게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그동안 왜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하던 행동들의 원인을 깨닫고 그 가치를 알아 진정한 의미 부여의 단계까지 나아가기에 이른다.
 

기사입력 : 2015.04.26. am 11:4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