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없는 삶은 일종의 폭력이며 생태계 교란
개념상실의 ‘빈 자루 증후군’ 시대, 공존의 섭리를 회복하자

 지하철의 한 풍경. 달리는 전철 안에서 젊은 엄마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어린 아들의 바지를 벗기고 소변을 보게 한다. 개념 없는 행동이라고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어디 이런 일 뿐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 ‘무개념 문화’가 미세 먼지처럼 병리현상으로 전방위에 등장했다. 한 간호조무사는 수술실에서 생일 파티를 벌여 비난 대상이 됐다. 고위층 인사들에서부터 민초, 초등학교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막장 드라마 대사나 행동 같은 무개념 행태가 점점 진화되어가고 있다.

 일터에서의 무개념 상사나 부하, 가정에서의 무개념 가족 등 이제 어디에서나 ‘무개념 존재’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한 때 ‘된장녀’는 무개념의 아이콘이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최근 다양한 무개념 행태들이 사회에 동영상으로 고발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그림자로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무개념 크리스천들도 얼마나 많은가. 필자의 목격담.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 청년이 큰소리로 친구와 휴대폰 통화 중, 육두문자를 써가며 다른 사람을 마구 비난하고 있었다.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 동안 폭력적인 언어로 통화하더니 끝내면서 하는 말. “응, 뭐라고? 이번 주에 뭐하냐고? 이번 주에 교회가야지”

 무개념이란 무엇일까. ‘생각 없이 아이처럼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회, 점점 고립되어 가는 세태가 무개념 문화를 만든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는 ‘무개념 베이비’였다. 그는 자기의 소유, 분깃만 알았다. 아버지의 뜻이나 가정, 이웃과의 관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버지에게 떼쓰는 말투나 행동은 그야말로 어린 아이였다. “그 후 며칠이 안 되어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 가지고 먼 나라에 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낭비하더니”(눅 15:13). 

 탕자는 개념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였다. 아이는 배고파한다. 탕자의 결과는 궁핍이었다. “다 없앤 후 그 나라에 크게 흉년이 들어 그가 비로소 궁핍한지라”(눅 15:14). 심리학 용어로 ‘성인아이’라는 말이 있다. ‘피터 팬 증후군’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의 정체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단세포적으로 의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격의 소유자를 뜻한다.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넘긴 에서도 무개념 베이비였다. 예수님께서 탕자의 비유에 이어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다 음부의 고통에 빠진 부자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던(눅 16:19) 그 부자도 무개념 소유자였다. 노예로 살았지만 가마솥의 고기 맛이 그립다고 애굽으로 회귀하자고 외치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무개념 군중이었다.

 인간과 자연은 혼자 살 수 없다. 숲은 단일과의 식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생태계는 공존의 섭리, 창조의 질서에 따라 더불어 성립한다. 인간이 사는 사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더불어 산다. 예수님께서도 기도를 가르치실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마 6: 9∼12)라고 하신 것처럼, ‘우리’와 공동체를 강조하셨다. 성령의 역사도 제자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할 때 일어났다. 나만의 유익과 편리를 위해,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는 것은 개념없는 기도요, 신앙이다. 개념 없는 삶은 일종의 폭력이며 생태계 교란이다. 분쟁과 비극, 불행과 고통은 질서의 파괴와 교란에서 비롯된다. 나 하나의 개념 없는 행동이 이웃에게는 큰 상처와 고통이 되는 것이다.

 교육학자 루울 하우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은 관계성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성을 고귀하게 생각한다면 주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 받은 그리스도인은 무개념으로 살아갈 수 없다. 믿음은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고전 13:11). 은혜는 창조섭리를 깨닫고,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의인의 마음은 대답할 말을 깊이 생각하여도 악인의 입은 악을 쏟느니라”(잠 15:28).

 종말적 현상이 극에 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이하는 열 처녀 중 다섯은 무개념으로 기름 준비 없이 잠들었고 슬기로운 다섯은 깨어 기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 25:1∼13). 기름은 말씀과 성령, 영성과 각성, 실천하는 믿음을 뜻한다. 믿음은 실천할 때 빛을 발한다. 어둔 시대, 개념이라는 기름 없이, 신랑이 오는 길을 밝히지 못하는 어리석은 처녀가 될 순 없다. 신랑이 오실 때가 되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사건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처절하게 기도하실 때(눅 22:44) 무개념 제자들은 잠들고 있었다. 종말적인 어둔 시대, 우리는 개념 없이 잠들 수 없다. 무개념은 또 하나의 무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