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은 버마 독립군을 이끌던 지도자였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새 정부 수립을 추진하다가 반대 정파에게 암살당한 아웅산의 묘역은 국립 묘지로 되어 있었고, 버마를 방문한 외국 대통령에게 아웅산 묘지 참배는 당연한 의전 절차였다.
 “그러면, 대통령은요?”
 “참배 행사는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모든 수행원들은 행사 장소에서 예행 연습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10시 26분, 차량 정체로 대통령이 30분 정도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이 왔어.”
 “그런데 왜 폭탄이?”
 “한국측 경호계장이 고적대에 대통령의 도착이 지연된다고 영어로 알렸는데, 이를 알아듣지 못한 고적대원이 도착했다는 것으로 알고 팡파레를 울렸던 거야.”  
 “저런…”
 “10시 28분에 아웅산 묘소 지붕에 설치되어 있던 폭탄이 터졌어. 대통령은 30분 늦게 도착해서 화를 면했지만 대기 중이던 17명의 수행원이 즉사했어. 대통령은 즉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지.” 
 “도대체 누가 폭탄을…?”
 “범인은 3명이었는데 북한의 정찰국 특공대 소속으로 밝혀졌어. 그들 중 신기철 상위는 현장 인근에서 사살되었고, 김진수 소좌는 3년 후에 사형 집행, 강민철 상위는 복역 중 간질환으로 사망했지.”
 거기까지 듣다가 깜보가 눈를 깜빡이며 물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아빠가 미얀마에 가기로 한 것과 무슨 관계죠?”
 “범인들 중에 신씨가 있었거든.”
 “네? 혹시 그 사람이 아빠와 친척이었나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그런데 왜?”
 “왜 그런지 마음에 걸려.”
 깜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빠, 한국과 북한에 신씨가 수십만 명 있을텐데, 왜 아빠가 그들을 대표해서 미안해야 하는 거죠?”
 “글쎄… 나도 그게 이상해.”
 “범인들 중에는 김씨도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에는 김씨가 너무나 많아서 수백만 명도 넘어요. 그들 모두가 아웅산 사건 때문에 가슴이 아파야 하나요?”
 “그게 아니라…”
 “뭐죠?”
 “미얀마와 동남아의 피가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
 “아빠, 인간의 모든 죄를 사하는 데는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충분하다고 하셨잖아요?” 
 승무원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며 기내식을 포장했던 종이 그릇과 종이 컵 등을 모두 거두어 간 후에 얼마 안되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이 항공기는 잠시 후에 방콕의 돈므앙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좌석의 등받이를 바로 해 주시고 좌석 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방콕의 날씨는 맑은 편이며…” 
 신 선교사는 빨간 포장의 킷캣 초코바를 소라의 손에 쥐어 주었다.
 “오빠와 나눠 먹어야 해.”
 깜보가 소라에게 웃으면서 일렀다.
 “지금은 배가 부르니까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먹자.”
 “알았어, 오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