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제가 이 아이를 돌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신 집사의 말에 이 목사가 놀라며 반문했다.
 “자네가?”
 새 양부모가 나타날 때까지는 교회에서 아이를 기르는 수 밖에 없었고, 그러자면 어차피 신 집사 내외가 보살필 수 밖에 없는 사정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들 내외는 결혼한지 3년 째인데 아직 아기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아이를 교회에서 키워야 한다면……”
 이 목사는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네. 아이를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물로 생각하게나.”
 결국 깜보는 신 집사의 아들로 입양되었고, 복잡한 수술과 교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교회가 부담을 했다. 그리고 신 집사 내외는 더 큰 선물을 받았다. 깜보를 입양한지 얼마 안되어 신 집사의 아내 유한나가 입덧을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소라가  태어났던 것이다. 소라가 아직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신 집사는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통신으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왜 갑자기 신학을……?”
 이 목사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주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신 것 같아서요.”
 “선교사가 되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신 집사는 주저하지 않고 선뜻 대답을 했다.
 “미얀마로 가겠습니다.”   
 “왜?”
 “거기가 깜보의 고향이니까요.”
 그만큼 깜보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극진했다. 게다가 미얀마는 국민의 89.5 퍼센트가 불교를 신봉하고 있는 나라였고, 기독교인은 통계상 5퍼센트 미만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 집사는 오히려 그곳이 황금어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만치 않을꺼야.”
 오랫동안 영국과 일본의 지배로 시달려온 미얀마는 버마 연방공화국으로 독립한 후에도 쿠데타와 독재로 부대끼고 있던 나라였다. 악화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조금씩 문을 열고 겨우 개방이 시작되기는 했으나 아직 종교적 견제는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신 집사는 다윗의 시를 인용해 대답했다.
 “네 길을 야훼께 맡기라고 하시네요.”
 기내식이 나오자 깜보는 소라에게 밥과 닭고기를 덜어 주었고, 신 선교사는 아내의 컵 라면에 밥을 떠서 넣어 주었다.
 “정말 저 때문에 미얀마를 지원하신 거예요?”
 깜보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치아 교정과 언어 교정을 받는 동안에 신 집사도 매우 바빴다. 신학 공부를 하는 외에도, 미얀마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하고, 국제 운전면허도 따야했고, 교회 운영에 필요할 것 같아 요리 강습도 받아야 했다. 그의 아내도 선교비가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서 간호사 공부를 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뭐죠?”
 “미얀마 역사를 공부하다가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
 “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데… 버마 연방공화국 시절에 한국 대통령이 통상 교섭을 위해 양곤 즉 당시의 랭군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 그 때 아웅산 묘지에서 폭탄이 터져 한국의 부총리와 외무부장관을 비롯해 장차관과 비서실장 등 17명의 수행원이 현장에서 즉사하는 참변이 일어났던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