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최철규(choicholkyu@naver.com)

 “예수님인 줄 알았다며?”
 당시 그는 서른이 채 안된 나이였으나 면도를 며칠씩 하지 않아서 수염이 텁수룩했고, 머리도 길게 자란 상태였던 것이다.  
 “이발비를 아끼려고 머리를 길렀다죠?”
 “그랬었지.”
 깜보는 소라 엄마를 힐끗 바라보고나서 다시 물었다.
 “그럼 연애는 어떻게 했어요?”
 “날마다 공애였지.”
 “공원 연애?”
 대학생 때 교회에서 사귀기 시작한 두 사람은 늘 공원에서 만나 하염 없이 걷기만 했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괜찮았던 것이다. 깜보는 다시 소라 엄마를 힐끗 바라보았다. 엄마는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광야보다는 나았군요. 나무 그늘이라도 있었을테니.”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그는 빈손으로 결혼을 했다. 그러나 졸업 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아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그나마도 밀려나게 된 그는 이정선 목사의 배려로 교회의 여러 가지 잡무를 돌보면서 사찰 집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5년 전의 바로 그 날에 이 목사가 그를 불렀다.  
 “신 집사, 공항에 좀 다녀와야겠다.”
 “네?”
 “미얀마에서 아이가 하나 오게 되어 있는데……”
 “아, 백승기 집사께서 보낸?”
 주포교회에 출석하던 백 집사가 미얀마에 참사관으로 나가 있으면서 고아 하나를 돌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구순열 즉 언청이 수술을 받도록 해 달라고 이 목사에게 부탁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러면 최 장로님도 같이 가시나요?”
 교회의 최병덕 장로가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되어 있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는군. 나는 곽 선교사네 발인 예배에 가야 하고.”
 이웃 교회에서 파송을 받아 캄보디아로 갔던 곽수영 선교사 부부의 사고 소식은 모든 교회에 충격적이었다. 선교사로 갈 것을 서원하고 오랜 준비 끝에 마침내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한 그들 내외와 어린 아들이 프놈펜 공항에 내려 바땀방 쪽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모두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깜보에 관해 늘 들어서 그 형편이 어떠리라는 것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으나 막상 공항에서 걸어나오는 아이를 보자 달려가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너무나 깡마른 아이에게서 오직 보이는 것은 번쩍거리는 눈 뿐이었다.
 “그 땐…… 정말 아빠의 품 같았어요.”
 태생기의 발육부진으로 윗입술이 갈라지는 구순열 기형 즉 언청이는 토끼 입술 같다 하여 영어의 헤어립(harelip), 중국의 투춘(兎脣)처럼 놀리는 말로 불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딱한 것은 출산 후에 수유가 어렵고, 자라면서도 발음이 곤란할 뿐 아니라, 치아의 발달에도 장애를 겪어야 하는 점이었다. 
 “나도 네가 꼭 내 아이인 것처럼 느꼈었지.”
 그러나 큰 희망을 안고 날아온 깜보의 형편은 순조롭지 않았다. 구순열 뿐 아니라 입천장에 구멍이 뚫린 구개열까지 겹쳐 있어서 적어도 다섯 차례 이상의 수술이 필요했고, 치아 교정과 양악 수술까지 한 후에 언어 교정도 받아야 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던 최 장로가 그에 관한 내외간의 사전 협의가 없었는지 입양을 포기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