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색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좌석 사이의 통로를 오가며 기내식 주문을 받고 있었다. 기내식 가격표를 들여다보고 있던 남자가 옆자리의 소년에게 그것을 보여 주며 물었다.
 “깜보야, 뭘 먹을래?”
 그러자 불리운 소년은 제 오른 쪽에 앉아 있는 여자 아이를 돌아보았다. 숱이 성긴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라 묶은 그 아이도 곁의 엄마가 펼쳐 준 기내식 메뉴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림들마다 태국 통화 바트로 매겨진 가격이 붙어 있었다.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설명을 해 주었다.
 “이건 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야. 그리고 이 쪽은 쌀밥에 닭고기 볶음을 얹은 건데 밥 대신 국수로 할 수도 있어. 그리고 이것은…”
 그러나 아이는 밥이나 국수보다 그 옆의 콜라 그림에 더 관심이 있었다.
 “엄마, 콜라는 공짜야?”
 아이는 벌써 돈의 개념을 아는지 그렇게 물었다. 세계 경제의 축이 서양에서 아시아 쪽으로 옮겨지면서 동쪽의 하늘 길은 급속하게 붐비기 시작했고, 기존 항공사들의 틈새로 갑자기 저가 항공사들이 잇달아 끼어들고 있었다. 항공 운임이 현격히 싼 대신 기내식과 모든 음료는 주문을 해야 제공되었다.  
 “식사와 함께 나오지만 따로 마시려면 돈을 내야해.”
 “그럼 난…”
 아직 어린데도 평소에 검소하게 사는 데 익숙해진 탓인지 아이는 이것 저것을 들여다보더니 기특하게도 밥이나 국수보다 가격이 낮은 샌드위치를 택했다. 깜보가 고개를 끄떡이더니 자신의 식단을 정했다. “그래, 소라야. 밥은 오빠가 나눠 줄께.”
 소라 엄마가 두 아이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전 컵라면으로 할께요.”
 “그걸로 되겠어?”
 “충분해요.”
 남편이 깜보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아무래도 너와 나는 밥을 덜어 줘야 할 것 같구나.”
 깜보가 또 고개를 끄떡였다.
 “엄마는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걸 제일 좋아하니까요.” 
 남편이 닭고기 덮밥 둘과 컵 누들 그리고 소라를 위해 샌드위치와 킷캣 초코바 하나를 주문하고 식대를 계산하자 승무원은 다음 좌석으로 옮겨갔다.
 “아빠, 지금 우리가 어디 쯤 온 거에요?” 
 “거의 다 왔어. 식사가 끝나면 곧 착륙이 시작될 꺼야.”
 그가 다시 깜보의 마음을 안다는 듯 말했다. “꽤 오래간만에 돌아가는구나.”
 “일곱 살에 떠났으니까… 5년 만이네요.”
 깜보도 아빠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한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5년이 아빠에게도 중요한 시간이었지요?”
 “그렇지.”
 아빠는 고개를 끄떡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구순열 수술을 받기 위해 5년 전 인천 공항에 도착한 깜보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이정선 목사의 부탁으로 교회 봉고차를 몰고 인천 공항에 나가 깜보를 마중했던 것이다.
 “아빠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네요.”
 “내 인상이 어땠어?”
 “정말 아빠가 빛 속에서 걸어나오는 것 같았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