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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써 주세요’

 <국제시장>의 관객 수가 13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4500만 국민 세 사람 중 한 명꼴로 이 영화를 본 셈입니다. <국제시장>의 영어 제목은 ‘Ode to My Father’, 즉 ‘아버지께 바치는 헌사’입니다. 실제로 윤제균 감독은 작고한 선친을 그리며 영화를 제작했고, 극중 주인공 이름 ‘덕수’와 ‘영자’도 부모님의 성함 그대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1950년 6.25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한 시대를 살아 온 우리 아버지들의 영상 자서전입니다. 독일의 광산, 베트남의 전장에서 오직 가족을 위해 끈질기게 버텨내는 선배 세대의 삶을 보며 관람객들은 눈물을 쏟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은 주위의 수많은 ‘덕수’ 씨들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 기획기사 ‘아버지는 말하고 싶다’에서 격동의 시대를 살아 낸 어르신들은 마음에 담았던 말을 쏟아 냈습니다. “생활이 곧 전투”였던 수난의 시대를 겪으며 “아내와 아이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도 다섯 번 허리를 굽혔고 하루에도 여섯 번 자존심을 죽였다”(김종해 시인)고 고백합니다.

 생각해 보면 노인들 한 분 한 분은 ‘걸어 다니는 도서관’입니다. 인생을 살며 체득하신 어른들의 경륜은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지혜의 보물창고입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 복지관, 시민모임 등에서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피와 땀과 눈물을 뿌려가며 집안과 나라를 일으켜 세운 아버지들의 삶의 기록은 그 자체가 바로 소중한 현대사 교과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교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 복음이 전래된 지 불과 130년. 세계가 주목하는 부흥을 이루고 굴지의 선교강국으로 도약하기까지 하나님의 은혜 속에 주님께 충성 헌신해 온 선대의 신앙 역정은 생동하는 신앙 지침서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꼭 유명인들만 자서전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풍성한 경험과 지혜를 담은 진솔한 자서전들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성동 장로(한세대 교수, 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15.02.22. am 11:4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