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은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2월 18일부터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며 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된다. 선교 130주년을 맞는 올해 부활주일은 4월 5일이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복음을 들고 이 땅을 찾아온 때가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이었다. 역사의 섭리를 느끼게 하는 뜻 깊은 4월 5일이다. 사순절은 그야말로 40일이라는 뜻으로, 사순절 일정은 부활절을 기점으로 주일을 제외한 날들, 40일에 맞춘다. 40이라는 숫자의 함의는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40년 동안 광야에서 준비했던 기간,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기도로 준비하셨던 기간에 있다.

 주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기독교의 일반적인 절기로 공인한 사순절은 매년 ‘재(災)의 수요일’에 시작된다. 초대교회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불에 태워 남은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긋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며 사순절을 시작했다. 이는 창조주 앞에서 인간은 한낱 재와 같은 존재라는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회개의 현장에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재에 앉아 있었다(욘 3:6). 재는 허무와 슬픔, 고난과 종말을 상징한다.

 그러나 고난과 종말은 은총의 시작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말했다. “모든 새로움은 종말에서 시작된다”고. 예수님의 부활이 그렇다. 부활은 고난과 죽음을 전제로 한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의 영광도 없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크로스 뒤에 크라운이 있다”고 말한다. 부활의 영광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안다. 절망의 재가 은총의 보석인 것을. 모래가 금이 되고, 석탄이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을.

 사순절은 성도가 영광의 부활절을 준비하며 회개와 성찰, 경건과 절제, 섬김과 나눔으로 보내는 기간이다. 근원적인 가치보다 표피적인 가치에 더욱 중점을 두고 현세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백미러로 후면의 세상을 보듯 자아를 성찰하며 지난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전 7:14).

 그러나 사순절에서 우리는 미래도 보아야 한다. 사순절 문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때가 되었다. 사순절을 고난과 과거에만 초점을 두고 어둡고 긴 침체기로만 여기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단세포적인 의식의 발로다. 예수님께서 고난 받으신 것은 구원과 부활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앞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성경의 언급이 있다. 먼저 최후의 만찬이 있은 후 기록이다. “이에 그들이 찬미하고 감람 산으로 나아가니라”(마 26:30). 유일하게 예수님께서 찬미하셨던 때는 십자가 죽음을 목전에 둔 때였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가장 희망적인 노래를 부르셨던 것이다. 백조는 죽을 때 딱 한번 노래하는데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빈사의 백조’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두 번째는 히브리서의 기록이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2). ‘그 앞의 기쁨’은 인류의 구원이며 부활의 영광이며 천국의 소망이다. 예수님께서 고난을 내일의 기쁨의 동기로 삼으셨던 것이다.

 오늘날 사순절 문화도 변화되어야 한다. 과거의 성찰과 더불어 내일의 선언이 있어야 한다. 수동적인 영성에서 역동적인 영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회개와 성찰, 경건과 절제를 접어두자는 말이 아니다. 뭘 하지 말자, 이건 안 된다는 수동적인 차원을 넘어 역동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아가자는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가 변화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러니까 이 사순절에 우리로서는 대각성운동을 전 사회적으로 펼칠 수도 있고, 성령운동 기도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수도 있다. 성찰을 넘어 축제가 되어야 한다. 영광의 선언이 있어야 한다. 사순절의 핵심은 십자가 고난을 기념하고 부활절을 준비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고난을 넘어 부활의 영광을 선언하는 역동적인 축제문화도 있어야 한다. 부활절 주일 하루로 부활의 영광이 끝날 수 없다. 40일 동안에도 부활의 희망이 널리 선포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사순절은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다. 최근 우리 사회와 개인이 암 보다 치명적인 패해가 되는 ‘격발성 울화 증후군’을 앓고 있다. 현대인의 심성이 왜 이렇게 황폐화 되었을까. 요즘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병리현상들은 ‘충동조절장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충동범죄 건수는 15만 2249건으로 몇 년새 급증했다. 특히 방화건수가 5000건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와 증오로 심리치료를 받는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30% 이상 증가했다.

 사순절은 성찰을 넘어 치유의 기간이다. 절제와 성찰도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치유와 대안이다. 그것은 ‘샬롬영성’이다. 사순절 기간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위로받고 용서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때인가. 국제적으로도, 남북관계에서도 ‘샬롬영성’이 절실한 때다. ‘거라사 광기’가 휘몰아치는 사회에서, 인위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통제 불능시대에서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통해 위로받고 치유받고 변화받을 수 있는,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기간이 사순절이다.

 더욱이 올해는 UN이 정한 ‘빛의 해’다. 빛은 생명의 근원이며 파동성과 지속성, 보편성을 갖는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요, 빛의 자녀다. 사순절에 침체의 그늘에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일어나 적극적으로 생명의 빛을 발할 때다. 사순절은 성찰과 더불어 부활의 영광을, 그 희망을 역동적으로 노래하자.

<신앙계 주간·여의도순복음광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