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족장들의 기도가 간간히 나타나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은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야곱은 얍복강 나루터에서 간절히 기도해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얻는 기도응답을 받았다. 그 기도는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기까지 하면서 받은 처절한 응답이었다. 이삭은 약속의 자손이면서 믿음의 아내 리브가 사이에 20년 동안 자녀를 낳지 못했다. 이삭은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간절히 기도해 쌍둥이 에서와 야곱을 낳았다. 이삭은 자손이 귀한 집이었으므로 결혼한 이후부터 자녀를 위해 기도했다면 거의 20년을 기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특별히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형 에서가 동생 야곱을 섬기게 된다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 기록되었을 것이다(창 25:23).

 아브라함은 기도의 사람이었다. 그의 기도는 여러 번 나타난다. 처음 가나안에 도착했을 때 세겜에서 제단을 쌓고 기도했고, 벧엘 동쪽 산에서도 제단을 쌓고 야훼의 이름을 불렀다. 애굽에 내려가 아내 사래를 빼앗겼을 때에도 틀림없이 기도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래의 일로 바로의 집에 내린 큰 재앙 중에서도 화를 당하지 않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후 가나안에 돌아와서 아직 자녀를 낳지 못했을 때 아브라함은 다메섹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아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라함에게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라고 하시며 꿈을 잃지 말고 계속 자녀를 위해 기도하라고 용기를 주셨다.

 그러나 이스마엘을 낳고 그가 99세가 되었을 때에도 약속의 자손을 낳지 못했다. 그 때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기도했다. 그 같은 말씀을 읽으면서 24년을 같은 기도제목으로 기도하면서 약속의 씨를 낳지 못한 아브라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은 변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하나님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전진할 것을 아브라함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셨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아니라 네 아내 사라가 네게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그 이름을 이삭이라 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창 17:19)

 그 때로부터 아브라함의 믿음은 비약적으로 성숙하게 됐다. 이때의 아브라함의 믿음을 가리켜, “그가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이시니라”(롬 4:17)고 말씀했다. 더 나아가 그의 기도는 불퇴전의 기도가 됐다. 그 증거로 나타난 기도가 소돔을 위한 아브라함의 중보기도이다. 로마서 7장 24절과 25절에서 사도 바울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라는 탄식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라고 말하는 갑작스러운 비약이 창세기 18장의 아브라함의 기도에 나타나고 있다.

 아브라함이 소돔을 위해서 중보기도할 때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이웃 도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는 전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오히려 죽기를 각오하고 앞으로 나아가 기도한다. 아브라함은 “감히 주께 아뢴다”는 내용의 말을 4번이나 반복하면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세 증인의 말로 어떤 일을 확증하는 것처럼, 어떤 말을 두세 번 반복한 구절들은 매우 강조하거나 확실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무려 4번이나 “두렵지만 아뢴다”고 기도한 것은 죄악에 대한 심판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불퇴전의 중보기도인 것이다.

 신약에서 불퇴전의 기도를 드리는 몇 가지 예가 있다. 불의한 재판관 앞에 나가 호소하는 과부의 기도나 한밤중에 친구 집에 가서 떡 세 덩이를 빌리는 사람의 기도가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의 기도는 자신과 연관된 기도로 공의나 대의를 위한 기도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직접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는 소돔 사람들을 위해 간장이 끊어질 듯 간절히 중보기도를 올린다. 그처럼 이웃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간절한 중보기도를 드리던 아브라함은 모든 믿는 자들의 조상이 되고, 복의 근원이 됐다. 인류 구원을 위해 죄악의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예표하는 아브라함의 중보기도로 인해 모든 이방인들이 아브라함의 복을 받게 된 것이다(갈 3:14).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