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에서 닭을 키울 때의 일이다. 닭이 알을 품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 바라보며 병아리 만날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아리가 나온다고 부모님이 알려주셨다. 정말 병아리가 달걀 안에서 알껍질을 깨며 서서히 나왔다. 그러나 병아리는 너무나 작고 털이 젖어 더 안쓰러워 보였고 내가 기대했던 보들보들 노란 털에 쌓인 예쁜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병아리 한 마리가 잘 부화해서 나오는 것을 지켜본 후 그 옆의 알을 깨는 병아리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껍질을 까 주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내가 알 까는 것을 도와주었던 병아리는 얼마지나지 않아 죽게 된 것이었다. 나는 병아리가 힘들어 보여서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 수고는 병아리가 태어나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상담을 하며 사람도 새로 태어나고 성장하는데 적절한 스트레스와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마치 병을 이기기 위해 병균을 주사 맞는 것과 같이.

 인간에게 스트레스는 문제해결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자원이다. 부부간의 갈등은 서로를 더욱 알아가고 닮아가며 익숙해지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고 다툼 없이 살고 싶다. 이러한 이상 때문에 사람들은 불만이 있어도 참는다. 못마땅해도 넘어간다. 그리고 삶의 어려움과 갈등을 덮어버리려 한다. 이렇듯 묵혀두었던 사소한 불만들이 쌓여 부부는 대화를 피하게 되고 표정이 굳어지게 된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른다는 것이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 어눌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화를 내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라며 ‘쿨’하게 넘어가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병을 돌보지 않아 큰 병으로 키우는 게 되는 것처럼 사소한 갈등이 쌓여 큰 분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일일이 다투고 싸울 필요는 없지만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불쾌했는지 알고 지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자녀양육에서의 부부간의 갈등은 자녀에게도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부부간의 더욱 많은 대화와 조율이 필요하다. 올해가 가기 전 우리 부부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와 갈등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 조율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화가 날 만큼 묵혀두기 보다 사소한 일을 가볍고 세련되게 상대와 나눌 수 있는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만들어가자.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