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두 가지 종류로 대별될 수 있습니다. 이웃을 돕고 사랑을 베풀며 선을 실천하는 데 사용된 시간은 ‘산 시간’입니다. 남을 헐뜯고 미워하며 악한 일을 도모하는 데 쓰여 진 시간은 ‘죽은 시간’입니다.
말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상처 주고 폄하하는 말, 진실을 왜곡하는 말, 미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독기 품은 말들은 ‘죽은 말’입니다. 반면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 격려와 치료의 말, 따뜻한 마음을 담은 감사의 고백은 ‘산 말’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정적 언어의 과잉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살리는 말이나 글’ 보다는 ‘죽은 말, 죽이는 글’들이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삶에 있어 말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그렇기에 성경도 여러 차례 말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잠 18:21). 이 잠언의 말씀 또한 인생의 성패가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됨을 깨우쳐 주는 명확한 교훈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파생되는 ‘사회갈등비용’ 역시 300조 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30%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념, 세대, 지역, 계층 간의 분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은 부정적 말과 글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의 언어사용 실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며 설렘과 기대 가운데 새해를 설계하는 시점입니다. 개인부터 정부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쇄신과 심기일전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새 출발은 말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인생을 마음먹은 대로 바꾸어 가기는 어렵지만 말을 바꿀 수는 있고, 언어가 바뀌면 삶이,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야훼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시 141:3). 다윗의 이 간구가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말의 변화가 새해 복된 새출발의 열쇠입니다.
김성동 장로(한세대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