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을 거쳐 분단된 우리 민족은 반세기를 넘기며 아직도 변함없이 정치 군사적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적화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후로는 툭하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언 듯 보면 남북 관계는 분단 후 60여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제자리를 맴돌이 해온 듯 보입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들을 종합적으로 펼쳐놓고 본다면 남북한 관계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흐름 가운데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전쟁 이후 북한을 ‘빨갱이’, ‘괴뢰도당’, ‘원수’라고 지칭하며 대하던 감정적 대립과 단절의 시기, 1990년대 중반의 북한 기아로 인해 시작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 그리고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고조되었던 북한에 대한 일방적 호감의 시기, 2010년 3월의 천안함 침몰사태와 그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남한의 젊은 세대들까지 북한의 이중성과 호전성을 인식하며 시작된 새로운 차원의 대립적 시기, 즉 남북의 관계가 감정적 대립에서, 무비판적으로 통일을 희망하는 단계로 그리고 지금은 경계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통일을 바라보는 단계로, 인식이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성숙의 과정을 한반도 통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라고 봅니다.

 올해 7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혈맹인 북한보다 남한을 중시해 먼저 방한한 것이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난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압도적 다수에 의해 채택된 것도 통일을 현실적으로 이루어가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선지자적 관점을 통해 바라본다면, 통일을 ‘이미 실현된 미래 현실’이라는 인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하나님께서 진행하고 계시는 한반도 통일이 생각한 것보다 가까운 미래 현실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합니다.

 씨앗의 소중함과 씨앗을 뿌리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농부는 비록 굶주릴지라도 꿈이 담겨있는 씨앗을 심어 나갑니다. 가뭄이나 태풍 등으로 날씨가 나빠져도 농부는 생명을 돌보는 수고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농부의 모습은 오늘 우리가 하나님께서 이끌어가고 계시는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직면한 상황과 현실이 어떠하든지 크리스천들은 통일의 꿈이 담긴 씨앗을 오늘, 심고 가꾸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상황에 관계없이, 수고하는 농부처럼 준비한다면 통일은 기쁨으로 맞이하게 될 축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 126:5∼6)

임경호 목사(순복음뉴라이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