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죽어가고 있는 유럽에서도 오순절 교회들은 부흥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에 물든 독일과 공산주의의 박해가 심했던 러시아의 오순절 운동은 세계 오순절 운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유럽의 오순절 운동은 다른 대륙과 비교할 때 다소 활력이 없어 보이지만 죽어가는 유럽 교회들의 대안이 되고 있다.

 1) 독일
 요한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1805∼80)는 튜빙겐에서 신학을 공부했던 루터교 목사였다. 그는 20세기 초 오순절 성령 운동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독일에서 신유 운동을 이끌었으며 신학적으로는 칼 바르트에게 영향을 미쳤다. 칼 바르트는 블룸하르트를 자신의 3명의 멘토 가운데 한 명이라고 지칭한다. 블룸하르트의 신유 사역은 신학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는 승리자’(Jesus is victor)로 대변된다.
 블룸하르트는 귀신이 들렸던 그의 누나 카타리나와 고트리벤 디투스를 위해 2년 동안 기도를 했다. 1843년 12월 블룸하르트가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에 귀신들이 ‘Jesus is victor’라고 외치며 떠나는 영적인 체험을 했다. 이 후 1850년대에 쿠르바우스라는 신유 센터를 만들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신유의 희망을 갖고 이곳을 찾았다. 블룸하르트는 신유를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해했다. 블룸하르트의 뒤를 이어 독일 성결 운동의 지도자였던 조나단 폴이 190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성령 체험을 하고 독일로 돌아와 카셀 지역에서 오순절 집회를 시작했다. 조나단 폴의 영향으로 독일 내에 뮐하임 연합체(Muhlheim Association)라는 오순절 교단이 생겨났지만 1909년 독일 복음주의자들은 오순절 집회를 ‘소란스러운 집회’로 규정하고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베를린 선언은 ‘오순절 운동은 위로부터 기원한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는 새로운 오순절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릴 뿐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독일 내에서의 오순절 운동에 대한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독일 내 오순절교회는 751개에 이르며 약 10만 명의 성도가 있다. 이들 중의 80%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다. .

 2) 러시아
 러시아의 오순절 운동은 존 레이크의 영향을 받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이반 에피모비치 보로나예프에 의해서 이끌어졌다. 보로나예프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었지만 1908년 침례교의 목사가 되었다. 그는 1912년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등지에 러시아 침례교회를 세웠다. 1919년 오순절 교회인 메리 브라운교회에서 성령 침례를 받고 침례 교단을 떠나 뉴욕에 ‘러시아 오순절 교회’(Russian Pentecostal Church)를 세웠다. 하지만 러시아로 돌아가라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1920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게 된다. 러시아로 돌아온 보로나예프는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했고 1929년 러시아 공산당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었다.
 이후 몇 번의 체포와 석방이 반복되었고 최종적으로 강제 수용소인 굴락으로 유배되었다. 1920∼1990년 사이 굴락에서 죽은 사람은 2000만 명이 넘고, 20만 명 이상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순교했다. 1920년까지 만해도 러시아 정교회 소유의 건물이 10만개가 넘었지만 1940년에는 단 한 채도 남지 않았다. 이런 공산당의 기독교에 대한 핍박 속에서 보로나예프는 러시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지에 350개가 넘는 교회를 개척했으며, 1943년 굴락에서 사형을 당했고, 그의 시신은 경비견들에 의해 찢겨 나갔다. 하지만 1980년대 해외 이민이 허용된 이 후, 약 30만 명의 슬라브계 러시아 오순절주의자들이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으며, 현재 슬라빅 펠로우십(Slavic Fellowship)을 조직해 미국 하나님의성회와 연관을 맺고 있다.

이상윤 목사(국제신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