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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미덕

 산에 들에 잠시 단풍 들더니 곧바로 찬바람이 붑니다. 나무들이 경쟁하듯 낙엽을 흩뿌리며 겨울이 임박했음을 알립니다. 낙엽은 과학적 설명보다는 문학적 또는 철학적 수사가 더 어울리는 존재입니다. 누군가는 낭만을 느낄 것이고 사색과 고독, 허무 등등의 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을 은행잎 하나에서도 삶의 무게와 자연의 섭리 그리고 창조주의 존재를 깨닫기도 합니다. 영적인 감수성을 일깨우는 낙엽이 지천으로 쌓이는 시간, 그래서 가을의 끝자락은 가장 영적인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엔 도심의 낙엽을 무조건 깨끗하게 쓸어버리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요즘은 당분간 그냥 놔두는 곳이 많습니다. 늦가을의 낭만을 느껴보라는 배려입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낙엽 길 명소를 선정해 알리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느릿느릿 사색하며 걷는다면 단순한 산보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이 지나면 산과 들의 낙엽은 그대로 썩어서 다른 생명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자연의 위대한 섭리, 창조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도심의 낙엽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의 낙엽은 결국 쓰레기가 될 운명입니다. 일부 지자체는 해마다 천 톤 가까운 낙엽을 처리하느라 1억 원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낙엽을 필요로 하는 곳에 실어다 주는 것입니다. 관광명소 남이섬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기증한 은행잎으로 100미터 가량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애물단지 낙엽이 관광자원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도심에 자주 볼 수 있는 버즘나무 낙엽은 오미자 재배농가에 기증하고 있습니다. 잡초 억제 효과가 있고, 천천히 썩기 때문에 양질의 퇴비가 된다고 합니다. 낙엽은 실내 장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바이오가스를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낙엽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닙니다. 필요 없어 보일 뿐 진짜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꼭 필요해서 낙엽을 만드셨을 겁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중에 필요 없는 것은 없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낙엽 하나에도 이처럼 많은 깨달음의 미덕이 숨어 있습니다.

 

나신하 기자(KBS)

 

기사입력 : 2014.11.16. am 10:2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