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캠브리지대학교 존 거든 교수가 내한했을 때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와튼 스쿨에 다니던 16세 시절, 그의 생물 성적은 전체 260명 중에서 260등, 꼴찌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성적표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달아 주었다.

 “과학자를 꿈꾸지만 지금의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다”

 존 거든은 선생님의 코멘트를 보고 매우 실망했으나 믿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평소에 들려주었던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존의 틀이 아닌, 변화된 관점을 따랐기에 세계적 석학이 되어 노벨상까지 받게 되었다. 존 거든 교수는 아직도 그 때의 성적표를 자신의 연구실에 붙여 놓고 학생들에게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 이룰 수 있음을 역설한다고 한다.
 세상은 ‘성적이 좋아야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존 거든의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고, 거든은 그 관점을 따랐다.

 존 거든을 훌륭하게 만든 것은 학교 공교육이 아닌 관점의 힘이었다. 성적이 나쁘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보편적 가치도 일리가 있지만 진리는 보편적 가치를 초월한다. 도전한 사람들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진리를 선택하는 용기, 아들에 대한 확신과 변함없는 믿음이 보편적 가치를 바꿔 놓았다. 우리 시대에 진리는 침묵하고, 거짓은 ‘보편적 가치’라는 굴레를 쓴 채 일상에서 소란스럽게 활개를 친다. 우리 주님은 이 땅에 오셔서 새 질서 새 정의를 말씀 하셔서 세상에 충격을 주셨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을 데어 주라며 원수를 사랑하라고 새 질서 새 정의를 말씀해 주셨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지금 세상에 충격을 주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관점에 묻혀 세상이 우리를 걱정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전교에서 1등하는 여학생이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자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아렸다. 진리란 무엇인가. 성적이 나쁘면 인생이 끝이라는 인식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올가미다. 물론 성적이 좋아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스펙을 갖추면 여생을 좀 편하게 살 수는 있을 테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장담 할 수 없다. ‘성적이 나쁘면 인생도 끝이야. 더 이상 내 삶에 희망이 없어. 좋은 성적을 받도록 열심히 해야 해’라는 강박과 속박을 통해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어 보지 못한 이 여학생의 절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괜찮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메시지를 들려주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는가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성실함과 도전의식을 겸비하지 않으면 좋은 학력과 스펙은 오히려 독이 된다. 아무 일에 도전하지 않아도 과거의 이력이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 보기가 무섭다. 툭 하면 자살이니 하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여 스스로 좌절하고 낙심한다. ‘수능 좀 못 봤다고, 대학입시에 실패했다고 삶의 성패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누군가 항변해 줘야 하는데 사회가 이를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먹이고 잘 입히는 일에만 치중하다보면 아이가 빼어난 외모와 스펙은 갖출지 모르지만 강인하고 절제하며 도전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식의 대물림은 현실로 나타난다.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유아기 때부터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가정에서 배운다고 한다. 20대가 넘으면 가정에서 평상시에 본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전승되어서 결혼해서도 아버지와 같은 모습,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그만큼 가정과 부모의 모습이 중요한데 어른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요즈음 청년들이 참으로 안쓰럽다. 온갖 스펙을 갖추고도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모습이 기성세대인 우리를 미안하게 만든다. 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물려줄 것인가. 한 번이라도 삶에 대해서, 그리고 성공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던가. 디모데후서의 말씀처럼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는 일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바로 지금이 다음 세대가 믿음의 관점을 갖도록 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