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감이나 감기는 늦가을에 잘 걸리는 것일까?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건조하고 낮은 온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늦가을에서 겨울에 유행한다. 감기는 예나 지금이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치료의 중심이 된다.

 소염진통제는 두통이나 발열, 근육 통증을 완화시킨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이나 재채기를, 기침약은 기침을 진정시킨다. 종합감기약이라고 부르는 약들은 사실 항히스타민제와 기침약만을 섞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는 주로 낮에 활동하거나 운동할 때 우위를 점하는 교감신경과, 식사하거나 휴식할 때 우위를 점하는 부교감신경이 있다.

 감기의 진행 과정을 크게 보면, 부교감 신경이 우위가 되어 림프구가 증가하여 바이러스와 싸우는 시기와, 교감신경이 우위가 되어 과립구가 활발해 지는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감기에 걸리면 으슬으슬 오한이 나거나, 몸이 나른해지거나 콧물이 흐르다가 나중에는 열이 나게 되는데, 림프구가 바이러스와 싸우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해서 림프구의 싸움을 응원해야 한다. 따뜻한 옷을 입고 이불을 덮고 있으면 땀이 나는데, 몸을 청결히 잘 씻은 뒤에 잠을 자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좋다. 따뜻한 국물에 파나 생강을 넣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열이 난다면 이제부터는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는 시기이다. 이때는 열을 내리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 비타민C가 풍부한 감귤류나 감, 배도 열을 내려준다. 칡차는 체내의 수분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좋다. 감기에 걸린 내내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실내습도를 유지하여 목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무리를 하면 교감신경이 더욱 자극을 받아 화농성의 염증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세균을 공격하는 항생제를 조금 쓰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감기는 부교감신경이 우위로 림프구가 많은 시기가 사흘, 교감신경의 우위로 과립구가 많은 날이 사흘간 해서, 일반적으로 일주일 정도면 나을 수 있다. 더 오래간다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진행되거나, 항생제나 다른 약들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한재혁 집사(연세소아과 원장·순복음전문의료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