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만이라는 심리학자는 그의 저서 ‘정서적으로 우수한 자녀 기르기(Raising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에서 자녀의 정서적인 표현에 대해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성격, 신체적 건강, 행동문제 뿐만 아니라 친구관계, 학업, 감정조절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의 감정에 대한 부모들의 대표적인 반응형태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그 반응형태에 따라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는 자녀의 감정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무시하는 태도다. 특히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경우 부모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의 감정을 무시해버리는 경우다. 이런 반응을 보일 경우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감정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도 된다. 예로 자녀가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속상해 할 때 다시 사줄 거라고 속상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며 달래는 경우 이런 부모의 자세로 자녀는 물건을 잃었다는 속상한 마음을 위로받기보다 물건이 없다는 현실을 회복하는 표면적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

 두 번째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을 강하게 부인하는 자세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부모가 벌을 주거나 비난하기 때문에 마치 자녀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런 반응을 받게 될 경우 자녀는 자존감이 저하되고 자신의 감정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넘어져 무릎을 다친 자녀가 아파서 울고 있을 때 부모가 남자가 그만한 일로 우느냐고 핀잔을 준다면 아이는 슬픔이나 두려움과 같은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소중한 감정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자녀의 감정 표현에 대해서 허용적인 태도다. 자녀의 어떤 감정에 대해서도 허용하는 부모 반응은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도록 방치되게 되고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자녀가 싸워도 부모의 개입 없이 크면서 자라는 것이라고 방치하는 경우 부정적인 감정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배울 수 있는 성장의 기회는 부족할 것이고 학교 및 또래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네 번째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자녀의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해주며, 적절한 감정표현을 지도해주는 것이다. 이런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녀들은 자신의 감정이 이해 받는 것에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의 표현에 있어서 제한이 있음을 배우게 되며,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결국, 감정의 적절한 표현은 자존감, 안정감, 친구관계 형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의 건강한 정서발달에 이렇듯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부모의 미성숙한 정서체계 때문이다. 부모 자신도 어린시절 건강한 정서발달을 위한 가족관계 경험이 부재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녀와 공감적이고 풍성한 정서적 소통이 불가했을 수 있다. 아래 검사는 부모의 자아 손상도를 측정하기 위한 간단한 체크리스트이다.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 무거운 책임감에 앞서 부모 자신의 상한 감정을 위로하고 만지는 건강한 자기사랑이 선행될 수 있도록 자신의 정신건강을 체크해 보도록 하자.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