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말단 공무원이라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을 한 때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가난하지 않은 체하려고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날 때도 브랜드 있는 옷만을 입고 다니고 심지어 들고 다니는 서류 가방도 빌려서 가져가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돈이 좀 있어 보였는지 아주 어렵고 가난하게 사는 친구가 급하게 돈을 좀 빌려 달라며 딱한 사정을 이야기해서 아주 난감해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내 몰래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서 빌려 주었다. “이자는 천천히 돈 벌면 갚아 주면 돼”라며 무슨 재벌이라도 되는 양 여유 만만 했는데 그 후로 연락이 두절 됐다. 몇 개월을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아내에게 실토하여 간신히 상환한 적이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 왜 그랬나 싶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깨달았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줄 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때 은혜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만한 마음, 없으면서 있는 체하는 회개치 않는 완고함은 아닐까. 우리를 붙들고 있는 믿음은 우리 인체에 반응을 미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만약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거나 지금하고 있는 일에 부적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몸과 행동도 그 생각을 따라간다. 주위사람들의 평가나 믿음에 구애 받지 않고 기도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여 목표를 향해 나간다는 것이 경쟁의 본질이 될 때는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연을 할 때 이따금씩 나는 직장인들에게 돌아가면서 질문을 던진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대답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수면부족, 미래에 대한 불안, 일을 계속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은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대부분 그래도 행복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더 많은 돈, 사랑하는 사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 건강 등으로 다양하게 제시한다.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살 만 한데도 우리는 늘 부족한 사람처럼 누리지를 못하는 것 같다. 삶의 우선순위를 주님의 영광에 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느껴 질 때가 많다. CEO를 그만두고 기업보다 훨씬 연봉이 낮은 대학교수로 생활하면서도 실제 연봉이 낮은 것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절대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멘토 생활을 하면서 나는 삶을 누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우친 것 같다. 늘 우리는 풍요해서 문제이지 모자라서 문제가 아닌데도 걱정 안해야 될 것들을 공연히 붙들고 있지는 않은가. 또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공연히 걱정하기도 한다.

 누구라도 생계를 위해서 일할 때 일이 목적이 될 수 없고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어 이내 싫증을 느끼게 되고 쉽게 피로감에 노출 되지 않을까. 그러나 무슨 일을 하던지 소명으로 일하고 일을 통하여 가치를 살려내고 보람을 느끼게 될 때 일을 통하여 더욱 행복한 삶을 향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시카고의 한 방송국의 토크쇼 사회자로 데뷔했을 때 당시 토크쇼의 황제 필 도너휴(Phil Donahue)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이 흑인 여성이라는 것과 뚱뚱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그녀에게 방송국장이 “우리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그를 따라잡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방송에서 당신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녀가 추구해야할 목표를 알게 했었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누구나 핸디캡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있는 그대로 일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는 가에 따라 일의 가치가 달리 보이는 것이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라는 주님 말씀을 붙들고, 있는 모습 그대로 충성으로 나아가 우리 모두 생명의 면류관을 받는 영광에 이르자.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