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님
간질, 당뇨… 죽음의 위협에서 건짐 받아

 1983년 결혼 후 첫아이를 가졌을 때 갑작스레 발작증상이 나타났다. 자다가 연탄가스를 마셔서 그런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1년에 한번씩 발작을 하더니 6개월, 3개월, 2개월, 열흘에 한번으로 점점 횟수가 늘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굿을 한번 했는데도 낫지 않았다. 차도가 없자 두 번째 굿을 하라는데 500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 돈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던 중 성모병원에서 증상을 보더니 간질인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약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발작을 하면 기운은 다 빠지고 아무런 기억도 없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소중한 약이었다. 약값도 비싸고 한번에 많이 주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1989년에 직장동료가 교회에 한번 가자면서 나를 이끌었다. 우리교회 지역장님이셨는데 1년간 우리 가족을 차에 태워 교회에 오고 가게 해주셨고 예배 후 교우들과 친교모임도 참 즐거웠다. 그사이에 둘째가 생겼다. 임신인줄 모르고 약을 먹었으니 겁이 많이 났다. 병원에 가서 임신인줄 모르고 약을 먹었다고 상담하니 가톨릭 병원이라 그런지 약을 먹었어도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거라며 인공유산을 말렸다. 신앙생활을 한지 얼마 안돼 잘 모르지만 교구장님께 안수기도도 받고 나름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예배시간에 서서히 말씀이 들려왔다. 아이를 생각하자니 이미 먹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약을 계속 먹기는 불안했다. 약을 숨겨놨다가 꺼내놨다가 갈팡질팡했다. 하루는 주일 예배를 드리면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 약을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약을 버리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 발작이 내게서 떠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어나서 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1990년 12월 예쁘고 건강한 딸이 태어났다. 약을 버린 날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발작이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오래도록 감사하지 않았다. 간질을 창피하게 느껴 주변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보니 부끄럽기는커녕 얼마나 큰 감사할 일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나에게는 건강의 문제가 한가지 더 있다. 1987년 진단받은 당뇨병이다. 인슐린주사를 맞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아주 철저하게 했다. 그럼에도 합병증이 생겼다. 풍치로 치아 11개를 뽑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고 위와 장기들도 약해졌다. 2002년에는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혈당 수치가 1000까지 치솟자 기계는 더 이상의 숫자를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다. 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하자고 해서 검사를 받는데 쇼크가 왔다. 그 순간에도 성령님이 함께 계시고 하나님이 나를 살리실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의료진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들리는데 ‘나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중환자실로 보낸다는 소리에 몸부림치다가 안가겠다는 소리가 드디어 나왔다. 나는 일반병동으로 보내졌고 병실에서 모든 것을 다 토하고 나니 몸이 가뿐 해지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당뇨가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하지만 치아도 잃은 것이 없고 건강한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

 특히 찬양할 때만큼은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일 5부 찬양대인 임마누엘찬양대 대장으로 섬기고 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것은 내 힘으로 살아온 게 아니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만 산다. 하나님을 찬양할 때는 형용 못할 기쁨의 전율이 느껴진다.

 또 한가지, 평생 살아오면서 나를 전도한 직장동료 외에는 누가 나한테 교회 다니자고 한사람이 없었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예전의 나처럼 한번도 전도를 받아보지 못한 분들이 계실거라고 생각하면 안타깝다. 모두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