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다”

 “이 말씀은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에 헌금 앞에서 하셨으나 잡는 사람이 없으니 이는 그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음이러라”(요 8:20)

 예수님께서 사람을 가르치시고 바리새인들과 논쟁하신 곳은 성전의 헌금함 앞이었습니다. 헌금함은 남녀가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여인의 뜰’에 있었으며, 여인의 뜰과 성전 안뜰 사이에는 산헤드린의 회의장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잡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이 있는 곳을 지척에 두고 공개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바리새인들과 논쟁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과 논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예수님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마음속은 온통 예수님을 잡아서 죽이려는 생각으로 들끓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때가 되기까지는 행동으로 옮길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 이르시되 내가 가리니 너희가 나를 찾다가 너희 죄 가운데서 죽겠고 내가 가는 곳에는 오지 못하리라”(요 8:21)

 여기서 ‘죄’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불신앙의 죄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지난 초막절에도 말씀하셨듯이(7:33∼34), 자신은 하나님께로 돌아갈 것이며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은 죄 가운데서 죽어 멸당할 것임을 다시한번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대대로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그들은 예수님을 영접하여 믿지 않고 오히려 예수님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배척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되었습니다. 즉, 자신들을 구원하실 참된 메시아를 거부한 채 오직 자신들이 바라는 조건을 갖춘 인간적인 메시아를 찾다가 결국 죄 가운데서 죽어 영원히 멸망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빛이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빛을 외면하고 어둠 속에서 영원한 죽음을 향하여 걸어갔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이르되 그가 말하기를 내가 가는 곳에는 너희가 오지 못하리라 하니 그가 자결하려는가”(요 8:22)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담겨 있는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기네 생각대로 해석하고 “자기가 가는 곳에 우리는 갈 수 없다니, 자살이라도 하려나?”라며 예수님께 비아냥거렸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살한 사람은 구원받지 못하고 음부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간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잘 믿고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의인이라고 자부했습니다. 영적으로 무지한데다가 교만하기까지 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음부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데 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예수님을 비웃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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