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가족되려면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 중요 
 언젠가 그림 속의 가시 돋친 선인장이 미안한 표정을 잔뜩 담아 “나도 안아줘”라는 말풍선을 달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살이 찌고 얼굴은 주름이 가득해도 배우자 앞에서는 여전히 힘 있는 남편, 어여쁜 아내로 존경받고 사랑받고 싶은 우리의 마음처럼 그 사진 속 선인장은 비록 가시가 있어 접근하면 찔리고 다칠 수 있는 있는 존재였지만 여전히 누군가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욕구를 표현하고 있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이 없고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나와 다른 타인의 단점이나 건강하지 못한 반응을 기꺼이 용납해 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나도 사람의 단점 앞에 마음이 멀어질 때가 있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그 사람을 멀리하게 될 때가 있다.

 문제는 이렇듯 불편한 사람이 부모 또는 배우자이거나 내가 낳은 자녀일 때라는 것이다. 가족이 거리를 둔다거나 자주 소통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주변 사람이 보기에도 여간 어색한 상황이 아니다.

 아버지와 친하지 않다거나 자녀에게서 깊은 애정을 느끼지 못할 때, 다른 여타의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와는 다른 마음의 짐을 경험하는 것이다. 크게 다투거나 관계가 단절된 것도 아닌데 만나도 할 말이 없고 함께 공유할 어떠한 것도 없어 보이는 가족관계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색한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먼 길을 함께 떠나거나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물리적 거리가 좁혀져야 서로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를 위해 음식을 챙기거나 여행가는 길에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것에서 때로는 단지 눈빛이 마주치고 피부가 닿는 경험에서도 뇌에는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력될 수 있고 이러한 정보가 쌓이면 우리가 몸으로 그 대상이 “익숙하다” 또는 “친밀하다”라고 느끼게 된다.

 50대가 되어 비로소 일에서 안정을 찾고 이제야 가족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자녀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부부간의 관계에서 자녀와의 사이에서 이런 서먹한 경험을 하며 자신이 가족을 너무 모른다는 죄책감과 이미 너무 거리가 생겨 버렸다는 절망감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때에도 가족관계는 좋아질 수 있고 또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우리에게는 이미 소원해진 관계를 급히 따뜻하게 만들려는 “어색한” 노력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 함께 하는 일상이 쌓여 가족을 느껴가는 자연스런 변화가 더욱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아래 내용은 신체접촉(touch)에 대한 각 사람의 생각을 묻는 질문지다. 접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우리 가족을 서로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 Touch에 대한 나의 생각은?

1. Touching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2. 당신은 누구를 정기적으로 Touch 해주는가?

3. 누가 당신을 정기적으로 Touch 하는가?

4. 언제 당신은 보통 Touch 받는 것이 좋은가?

5. 당신은 어떻게 Touch 받는 것이 좋은가?

6. 언제 사람들이 Touch 받길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7. 당신은 Touch가 당신에게 특별히 도움을 주었던 어떤 특정 시간이나 기회를 기억하는가? 간단히 그 때를 설명해보자.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 나눠보자. 

8. 왜 당신은 사람들이 더 이상 Touch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9. 당신이 원하는 Touch에 대해 형용사를 사용하여 설명해 보세요.

10. 당신이 갖는 Touch에 대한 욕구는 연령에 따라 증가했다고 생각하는가? 감소했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1.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욱 Touch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욱 Touch를 많이 제공한다고 생각하는가?

12. ‘하루에 세 번 안아주기(Three Hugs A Day)’라는 건강 표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루에 몇 번 안아주기를 하는가? 얼마나 안아주기를 원하는가?

<Phyllis K. Davis Ph. D., The Power of Touch 중 편집>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