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봉사 10년 함께한 부부의 사랑이야기

남편 “야훼 라파 하나님께 받은 은혜 나눠요”
아내 “힘든 것보다 더 큰 사랑과 보람 누려요”

 우리교회 순복음호스피스는 말기암 환자를 비롯한 시한부 인생의 환우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우리교회 호스피스 사역은 환우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환우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남은 삶이 보다 질적으로 향상 될 수 있도록 돕고 가족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호스피스 사역은 열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역의 특성상 전문교육과정을 거쳐야 하고 우리교회도 호스피스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 한해서 이 사역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 권범주 안수집사(이하 권 집사)와 전병례 권사도 정규교육과정을 각각 거치고 호스피스 사역에 참여한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남편의 직장 퇴직 후 함께 봉사할 곳을 찾다가 호스피스 사역에 참여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호스피스 사역에 대해 자세히 모를 때 ‘환우들을 씻겨 드리고 기도해주는 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을 결심했어요. 당시에는 나이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동안 주님 주신 많은 은혜를 호스피스를 통해 이웃과 나누자는 열의로 시작했죠. 그 열의가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이들이 받은 은혜는 처음 우리교회에 출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1981년이었다. 권 집사가 하루는 아침운동을 마치고 허리를 숙여 씻다가 세숫대야를 드는 순간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을 느꼈다. 도저히 허리를 똑바로 펼 수 없어 새우등 마냥 굽힌 채로 인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이것 저것 시도를 해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평생을 남부럽지 않은 건강을 자신하며 살아오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허리를 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니 기가 막혔다. 몸이 이러다보니 당장 직장에 출근할 수도 없었다. 정말 갑갑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전병례 권사의 언니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가보라”고 권유했다. 언니는 오래전부터 이들 부부에게 전도했었다. 하지만 전 권사는 한사코 거절하다가 남편을 위해 함께 교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권 안수집사는 사실 청년시절만해도 교회를 열심히 다녔었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에는 열심히 교회를 다녔죠. 기도를 안 하고 시험을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성적이 좋지 않기도 했어요. 주일학교 교사 봉사도 했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작 교회로 돌아왔어야 했는데 안오니까 하나님이 어서 오라고 한 대 치신 거 같아요”

 권 집사는 그렇게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베트남전에 참전해 숱한 총알이 오가는 상황에서 기도하던 자신을 기억했다. 

 “당시에는 한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기도했어요. 함께 밥을 먹던 전우가 잠시 후에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리는 전쟁터에서 의지할 것은 주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귀국 후에는 주님 때문에 산 것이 아니라 제가 잘나서, 똑똑해서 살아남았다고 착각한 거죠. 그래서 주님이 부르신 거 같아요”

 언니의 인도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처음 찾았던 이들 부부는 허리를 치료받겠다는 일념하에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 올라가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금식기도가 무엇인지 아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 전 권사는 평생 처음 해보는 금식기도가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기도원에 올라갈 때는 남편을 부축해 올라갔지만 내려올 때는 도리어 자신이 부축을 받아야 했다고.

 지난날을 회개하며 기도굴 안에서 권 집사는 뜨겁게 기도했다. 컴컴한 기도굴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해 기도만 하다 마지막 3일째가 되던 날 밤 주님은 그에게 분명한 환상으로 치료에 대한 확신을 주셨다. 그는 그 길로 기도원에 내려가 환상 속에서 본대로 병원을 찾아가 입원치료를 받았다. 당연히 허리는 말끔하게 치료받았다.

 “정말 감사한 것은 그 뒤로 아픈 일 없이 건강하게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이죠. 그래서 객지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철야기도는 빼놓지 않고 드리고 있어요. 더 놀라운 것은 정년퇴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계약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지금같이 경기가 좋지 못하고 실업자들이 증가하는 이 때 끊임없이 일거리를 주시니 감사하죠. 그래서 일이 없을 때는 호스피스사역에 꼭 참여해요. 호스피스 사역은 주님이 제게 주신 아니 우리 부부에게 주신 사명인거죠”

 환우들의 목욕봉사, 봉사자들의 이동을 돕는 차량봉사 등 이들 부부는 호스피스사역에 전념해왔다. 이런 부부를 보며 주변에서는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라며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 권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실 봉사는 꼭 호스피스사역만 있는 것은 아니죠. 다른 봉사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들 환우들은 우리들의 손길을 꼭 필요로 해요. 그렇게 소외되고 고통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 정말 부족하지만 이 손 하나가 주는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누워있는 분들을 보면 눈물이 저절로 나오고 내가 아니면 누가 또 이분들을 돕겠냐는 마음이 생겨요. 도움을 받은 환우들의 미소나 밝은 얼굴을 볼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은혜가 있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제가 그들에게 은혜를 받기 때문에 이 사역을 멈출 수 없는 거예요. 힘들다고요? 솔직히 힘든 일도 많죠. 하지만 힘든 것보다 받는 은혜가 더 커요”

 이들 부부는 앞으로 삶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권 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님 맡겨주신 이 사역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를 위해 항상 건강하게 지켜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 권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같아요. 건강해서 계속하고 싶어요”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표현이 이럴 때 사용하는 것 같다. 이들 부부의 섬김과 사랑의 동행이 건강히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도한다.

글·복순희 정승환 / 사진·김용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