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행복으로의 초대 > 환경과 신앙
공존의 지혜…우리 곁의 길고양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주택가 골목길에도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공원 숲 속이나 철거직전 건물의 지붕에도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집은 없습니다. 허름한 건물 구석이나 구조물 틈새에서 새끼를 낳아 기릅니다. 안정된 먹이도 없습니다. 때로는 주민들이 이따금 챙겨주는 통조림이 일용할 양식입니다. 옛날에는 도둑고양이, 요즘은 길고양이, 줄여서 그냥 ‘길냥이’라고 부르는 존재입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러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길고양이와 마주치는 것이 끔찍한 경험입니다. 현실적으로 길고양이를 없애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습니다. 포획해서 도살하는 방법은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고양이는 일종의 영역동물입니다. 한 지역의 고양이를 모두 잡아들이면 다른 지역의 고양이들이 이동해 들어와 그대로 영역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원래 살던 곳에 다시 놔 주는 방법입니다. 길고양이를 자세히 보면 귀 끝이 조금 잘려 있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고 방사된 녀석들입니다. 자연번식을 막아 스스로 개체수가 조절되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엄마 잃은 새끼고양이를 발견하면 동물보호단체나 119에 신고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좋은 취지이기는 하지만, 권장할 태도는 아닙니다. 모유 수유가 끝나기 전에 어미와 떨어진 새끼들은 보호시설에서도 폐사율이 매우 높습니다. 심각한 부상 등 긴급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어미가 다시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시행령은 길고양이를 구조·보호 조치의 제외동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하여 포획 장소에 방사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법은 이미 길고양이를 야생동물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다가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그냥 비둘기나 참새를 보듯 바라보시면 됩니다. 이 세상에 함부로 없애도 될 만큼 하찮은 생명은 없습니다. 지극히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긴다면 다른 사람을 더욱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나신하 기자(KBS)

 

기사입력 : 2014.06.08. am 10:5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