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신입사원 시절에는 “저는 크리스천입니다”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크리스천이라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생활에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주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리스천임을 말로 선언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내가 크리스천인지 알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시간과 공을 들였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지극히 성실한 자세와 헌신적 노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헌신을 통해서 크리스천 이전에 직장인으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친밀감과 믿음이 돈독해진 상태에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스천이라고 선언하지 않아도 그들은 일상을 통해서 이미 크리스천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니엘서에 보면 유대왕국의 패망 이후 바벨론에 잡혀간 포로 중 다니엘과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에 입각해서 바벨론 왕이 하사하는 술과 고기를 거절한다. 그 술과 고기는 이방신에게 제사지낸 음식이어서 부정하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믿음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은 물과 채식만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조건은 열흘 동안 물과 채식만을 먹은 자신들과 술과 고기를 먹은 다른 소년들을 비교해 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신앙을 지킨 다니엘과 세 친구의 장담대로 됐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왕의 진미와 우상숭배에 동참했던 이방 사람들처럼 할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천에게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 하겠다. 술과 산해진미를 거부하고 뜻을 정하여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했을 때 다니엘이 더욱 좋은 얼굴 모습을 가졌듯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뜻을 세워서 어떠한 유혹에도 휩싸이지 아니하며 온전하게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왕의 진미를 거부하는 다니엘의 올곧은 신앙관은 세속에 쉽게 휩쓸리는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크리스천은 잘 섞이면서도 부정하고 세속적인 장소에 임하면 과감하게 왕의 진미를 거부하는 다니엘처럼 확실하게 우리 몸을 주님의 영광을 위한 자리에만 두어야 한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서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는 왕의 진미를 거부 하더라도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할 만큼 사랑을 받은 다니엘처럼 평상시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 침몰로 어린 학생들 수백명이 실종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난간에서 제자들을 탈출시키느라 자신은 목숨을 잃고 제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출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들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제자사랑’이 아니었을까? 당신에게 있어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돈, 명예, 권력. 다니엘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가치를 목숨보다 소중한 것으로 정하고 철저히 지켜 나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제 목숨에 위협이 오더라도 “나는 크리스천입니다”라고 고백하는 당당한 믿음의 자세를 겸비해야겠다.

 그 이후에는 사자굴 속에서도 다니엘을 건져 주셨던 주님이 우리를 책임지신다. 다만 이때 유의할 점은 다니엘이 신앙의 정체성을 철저히 지켜나가지만 왕의 집무를 맡은 일 또한 충직하게 이행함을 주목해야한다. 따라서 입으로만 크리스천이 아닌 삶으로 웅변하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던지 최선을 다하여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될 때 크리스천의 정체성의 공표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후배들 중에서 착실한 크리스천들이 정체성을 드러내고 열심히 일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느끼는 한 가지는 수요예배 참석해야 하고, 금요철야를 가야하고, 새벽기도를 가야한다면서 툭하면 일찍 퇴근하는 게 문제다. 밤을 새워가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직원들과 확연히 비교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예 크리스천임을 공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크리스천은 그 선언 자체로 벌써 경계를 받기 때문에 두 배 이상의 땀을 흘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손해가 가더라도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 마치 다니엘이 평상시 최선의 노력으로 왕의 신임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삶에서 ‘내가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선언하기 전에 실력으로 정직으로 정도대로 능력으로 인정과 신뢰를 받도록 노력함이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크리스천임을 선포할 때 우리는 더 많이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된 우리는 우리 주님께서 걸어가신 원칙과 정도의 제자도를 어떤 환경에서도 담담히 따라가야겠다.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