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교역자 강단 아닌 일상에서 아이들과 ‘대화’
쌍방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영적 생활 돌봐

 지난달 어느 목요일 오후 서울 명덕여고 교문 앞. 교회학교 고등부 담당 마웅갑 목사와 정근태 목사는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한 학생이 정근태 목사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제가 이슬이에요”

 우리교회를 출석하는 김이슬 양(명덕여고 1학년)이었다. 정 목사는 이슬이를 반갑게 맞이한 뒤 몇 명의 아이들이 더 올 거라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교회학교 교감을 맡고 있는 마웅갑 목사 주변에도 다른 학년 아이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1학년 이슬이는 친한 친구 (김)채원이와 (심)희주도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정 목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웅갑 목사 그리고 대여섯 명 아이들과 함께 인근 패스트푸드 점으로 향했다. 5분 남짓 걸어서 도착한 패스트푸드 점에는 이미 김남준 목사가 명덕고 남학생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날이 바로 ‘찾아가는 심방’날이었다. 

 마웅갑 정근태 김남준 목사는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주고 함께 먹으면서 학교생활은 재밌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이야기에 집중했다. 한창 얘기 중에 1학년 (정)하영이가 모임에 합류했다.

 “이슬이와 하영이는 교회에서 본 적 있니?” 고등1부 담당 정근태 목사가 묻자,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와 같은 교회를 출석하는지도 몰랐던 두 아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반갑다는 듯 눈인사를 건넸다. 서먹함도 잠시 친구를 따라 모임에 왔다던 채원이와 희주도 어느새 서로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40여 분 동안 웃음꽃을 피웠다. 서둘러 학원에 가야 한다는 아이들에게 세 목사는 주일 교회에서 만나자며 따뜻한 미소를 건넸다.

 고등부 세 교역자는 이처럼 매주 목요일 서울시 고등학교를 찾아 우리교회를 출석하는 학생들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의 학교와 가정생활은 물론 관심사를 듣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기 위해서였다. 교역자의 심방이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고등부가 2012년부터 학교로 아이들을 찾는 ‘찾아가는 심방’을 하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한층 더 다가서기위한 노력이었다. 주일에 단지 설교만 전하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찾아가는 심방’을 통해 쌍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이제 주일에 담당 목사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더러는 학교로 심방을 와달라고 자발적으로 요청도 한다.

 “부모님 따라 대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잠시 교회 출석을 쉬는 아이들이 있어요. 전화심방으로는 아이들이 고등부에 잘 나오지 않아요. 직접 학교로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고 격려하다보면 그 다음주 아이가 교회에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웅갑 목사는 ‘찾아가는 심방’이 아이들의 영적 상태를 체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좀처럼 개인적 얘기를 꺼려해요. 하지만 더러는 용기내서 가정의 어려움을 털어놔요. 울며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네가 가정의 중보자가 돼야 한다. 함께 기도하자’고 했더니 힘이 됐나 봐요” ‘찾아가는 심방’은 목요일마다 진행돼 보통 세 목회자가 함께 심방을 가지만 때론 개별적 심방도 병행하고 있다. 방학에는 경기권을 중심으로 같은 지역 여러 학교를 묶어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중등부도 학교 심방, 아동 4부 ‘선생님이 쏜다’ 진행  
  
 중등부 교역자들도 매주 목요일 중학교로 심방을 간다. 하지만 고등부처럼 아이들을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준비해간 간식과 선물을 교문 앞에서 전하고 기도해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난다. 권혁세 목사는 “대한민국 중학생은 좀 특별하다. 대화에 대한 반응이 없다. 심방을 가겠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했다가 가겠다고 하면 굳이 말리지도 않는 이 시기는 좀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권 목사는 중등부 사역을 ‘물 주는 사역’으로 비유했다.

 “특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죠. 아닌 듯해도 학년을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주일에 아는 척도 안하던 아이들이 고등부에 올라가서 반갑게 인사하고 주님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보면 기다리며 사역한 보람이 있죠. 중등부 사역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사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심방도 얼굴을 익히는 정도로 간단히 진행합니다. 그러면 때론 교역자의 심방이 필요한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요청을 합니다”

 아동4부는 올해 ‘선생님이 쏜다’라는 전도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심방에 나서고 있다. 반 아이가 전도하고 싶은 친구를 선정해 담임교사에게 말하면 담임교사가 토요일 전도자와 전도대상자를 초청해 이들에게 ‘한턱 쏘는 것’이다. 피자집에서 만나거나 놀이동산 또는 수영장을 함께 가기도 한다. 한 교사는 3차 모임까지 간 적도 있다. 교사는 이날 초청받은 아이에게 “이건 내가 쏘는 게 아니라 ○○가 너를 꼭 초청하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야. 그러니깐 ○○가 쏘는 거란다”라고 이야기하며 주일에 교회에서 만날 것을 기약한다.

 4부 담당 김나리 전도사는 “교사들이 올해 아동부 부흥을 위해 ‘선생님이 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토요일마다 반 아이들과 전도대상자를 찾아 심방에 나서고 있다. 부서에서 일부 지원하지만 교사들이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지원이 따르자 아이들은 친구 전도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다. 그 결과 아동4부는 매주 신입반 아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