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식 구하러 중국 왔다가 결국 돌아가지 못해
순복음 신앙으로 내적 치유, 북한선교회서 봉사
내가 북한을 나온 것은 1998년이었다. 갓난아이를 두고 중국에 사는 친척의 도움을 받고자 도강을 감행했다. 당시는 북한의 사정이 극히 어려웠던 때라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다행히 보안군의 눈을 피해 중국에 사는 고모 등의 도움으로 돈을 가지고 북한으로 다시 올 수 있었다. 돈을 구해오긴 했지만 목숨을 건 행동이 충격이었는지 몇 날을 고열로 고생하며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생활의 궁핍은 여전했다. 주 5일치 식량으로 나오는 강냉이의 양도 적었고, 배급품을 팔아 양식을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탈북하는 한 가정을 따라 또 다시 도강을 감행했다. 먹을 것만 구하면 다시 어린 딸에게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함께 도강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사기꾼이었다. 나는 중국인에 팔려 농촌 지역 사람과 강제로 결혼하게 됐다. 어린 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다. 매일 밤 산을 넘고 넘어 도망가는 꿈을 꿨지만 곁에 있는 딸을 두고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가 세 살 되던 해 집 앞에 쌓아둔 집 채 만한 옥수수더미에서 불이 나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 동네 아이들의 불장난이 화근이었다. 서둘러 치료소로 아이를 데려갔고, 그 곳에서 조선족 전도사님을 만나게 됐다.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갈지어다!’ 나를 위한 기도 중 이 한마디에 가슴 한 켠이 ‘뻥’하고 뚫리는 것만 같았다. 북한에 두고 온 딸로 인해 그동안 가슴에 생긴 상처의 체증이 사라졌다. 바로 주님을 영접했다.
신앙 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타종교를 믿는 중국인 시부모는 성경을 태우고 갖은 핍박을 했다. 그래도 인내하며 견뎌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남편과 말다툼이 벌어졌고 남편은 옆에 있던 도끼를 들고 와 죽일 기세로 덤볐다. 나는 그 길로 도망쳐 일하던 식당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보름치 일한 품삯을 챙겨주면서 떠나라고 했다. 어린 딸에게는 미안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친척의 도움으로 중국 청도에 도착한 나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도움의 손길을 통해 직장을 얻었고, 한국에 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제법 모았다. 탈북자의 신분으로 중국에 거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 중국 공안에 걸려 다시 북으로 압송될지 몰랐다. 나는 제3국을 거쳐 2007년 자유의 나라, 남한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하며 차츰 남한 생활에 적응해갔다. 교회도 출석하며 신앙생활 했지만 여전히 가슴은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지역장님의 인도로 2011년 우리교회를 출석하면서 내 삶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교회에 와서 드린 첫 예배가 금요철야예배였는데, 나도 모르게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예배 때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고,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굿피플 자유시민대학, 오순절사랑훈련학교에서 많은 것도 배웠다. 전에는 나만을 위해 기도했지만 나라와 민족, 통일을 위한 기도로 바뀌었다. 나를 인도해주신 지역장님은 중보기도만 하면 자꾸 북한이 보인다며 북한선교회에서 봉사할 것을 권했다. 북한선교회에 와서보니 나보다 더 통일과 북한복음화를 간절히 기도하는 회원들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나를 북한 선교를 위해 세워주셨다는 것을 알았다.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북한에 들어가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 것이다. 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알게 해줄 것이다.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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