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예수는 감람 산으로 가시니라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아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요 8:1∼2)

 초막절 끝 날 성전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무리는 다 각각 집으로 돌아가고(7:53) 예수님께서는 감람산으로 가셔서 밤을 지내셨습니다. 감람산은 공관복음에는 여러 번 언급되어 있으나, 요한복음에는 이 부분에만 유일하게 언급돼 있습니다. 감람산은 예루살렘에 오시면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시고 밤에는 감람산에서 쉬시거나(눅 21:37) 기도하시는 습관이 있었습니다(눅 22:39). 이튿날 아침 일찍 예수님께서 다시 성전에 들어오시자 백성들도 모두 예수님께 나아왔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앉아서 그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이러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요 8:3∼6)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갑자기 성전 입구가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러더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이 한 여자를 끌고 들어와서 사람들 앞에 세워 놓고 예수님께 질문하였습니다. 그 질문은 언뜻 보면 예수님께 존경을 표하며 예수님의 조언을 구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하는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는 것은 합법적인 것입니다(레 20:10; 신 22:22∼24). 그러므로 그들이 한 말 자체는 옳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에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남자와 여자를 둘 다 죽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들은 간음한 현장에서 남자는 놓아두고 여자만 끌고 왔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처사는 율법에 어긋난 부당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들은 현장을 본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죄지은 여자에게 사형을 구형하면 그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질문하는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숨겨진 계략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과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들은 간음한 여자를 미끼로 하여 예수님을 고소할 조건을 얻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즉, 죽이지 말라고 대답하면 율법을 어긴 죄목으로 정죄하고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이라고 대답하면 당국의 허가 없이 사람을 처형하도록 부추겼다는 죄목으로 로마 당국에 고소하려 했던 것입니다. 어느 쪽의 대답을 하든지 고소당하게 돼 있는 그들의 질문은 예수님을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뜨리는 듯했습니다. 그들은 의기양양하여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시지. 이번에는 우리 계략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말걸’하고 생각하며 예수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무엇을 쓰셨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십계명 혹은 그 자리에 있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죄를 쓰셨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그들의 교활한 계략을 아시고 말없이 땅에 글을 쓰셨는데 이러한 예수님의 반응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다음달에 계속)

※‘요한복음강해’(서울말씀사)에서 요약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