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서툰 아이에게 공감과 위로, 격려해줘야 

 한 발달장애 아이가 양육자인 할머니에게 물어본다. “할머니 우리집 몇층이지?” 그러면 할머니는 “알면서 왜 물어보냐?” 대답한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우리집 몇층이지?”라고 묻는다. 할머니는 이미 여러날 같은 질문을 하는 손자를 보며 졌다는 듯이 “4층!” 대답한다. 아이는 다음 날 다시 묻는다. “할머니 우리집 몇층이지?” 할머니는 정색을 하며 묻는다. “몇층이니?” 아이는 웃으며 대답한다. “4층” 할머니는 다 아는 내용을 자꾸만 묻는 아이가 이상하고 때론 귀찮게 느껴진다. 말수가 적은 할머니나 누군가와 끝없이 대화하고 싶지만 어휘가 제한적인 아이는 이렇듯 서로에게 불만족스런 소통을 이어간다.

 그림에 나오는 네 가족원의 표정은 그야말로 4인 4색이다. 무관심한 아버지, 자기욕구 만족에만 급급한 첫째, 오빠에게 원하는 것을 빼앗긴 듯 울고 짜증내는 막내 그리고 그런 가족을 바라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어머니. 이 가족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들이 한 가지 활동에 모두 참여할 수 있을까? 많은 어머니들은 첫째 아이를 혼내서 둘째를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또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려다 뜻대로 안되어 배우자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앞선 노력들은 문제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앞서 실패했던 방법을 다시 선택한다. 마치 우리집 몇층이냐고 계속 물어보는 아이처럼 어머니도 레퍼토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문제의 소통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기조절을 못하는 아이의 성장환경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심어린 공감을 못 받아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는 언어사용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싫어”가 싫은 게 아닐 수 있고 “미워”가 미운 게 아닐 수 있다. 아이의 언어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부모의 민감성과 불충족된 욕구를 이해하고 채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엎어지고 넘어지다가 근육과 골격이 성장하고 나면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많이 좋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몸이 성장하기 위해 영양을 공급하듯 남을 배려하고 양보도 할 줄 알고 상황에 맞게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 부모는 아이의 부정적 컨디션에 맞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격려의 말과 행동을 제공해야 한다. 공감의 언어와 태도는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성장시키는 내면의 양식이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떠한 것일까? 아래 문항은 자녀의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검사이다. 아이의 상태에 맞게 점수를 부여한 후 총점을 내어 기준점인 19점 이상의 결과가 나왔을 경우 주의집중과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혹 문제행동으로 결과가 나왔을 경우 그 문제를 고쳐주기 보다 나의 언어와 태도를 바꾸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줄 것이다.

주의력 결핍성 과잉행동장애(ADHD) 평가척도
전혀 그렇지 않다: 0점
약간 혹은 가끔 그렇게: 1점
상당히 혹은 자주 그렇다: 2점
매우 자주 그렇다: 3점

1. 학교 수업이나 일, 혹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한다.
2.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몸을 꿈틀거린다.
3.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4. 다른 사람이 직접 이야기하는 데도 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5. 수업시간이나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6.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7. 지시에 따라서 학업이나 집안일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지 못한다.
8. 조용히 하는 놀이나 오락활동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9. 과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10. 항상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마치 모터가 달려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11.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으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피하거나 싫어하거나 또는 하기를 꺼려한다.
12. 말을 너무 많이 한다.
13. 과제나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장난감, 숙제, 연필 등)을 잃어버린다.
14.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한다.
15.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16.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17.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예: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도시락을 두고 학교에 간다)
18.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 위 문항에 대한 답변점수의 총합이 19점 이상의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의심됨.
(출처: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