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성령’ 임한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
개인의 회개가 사회적 회개로 이어져
한국기독교 변화의 큰 전환점으로 재평가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난 성령의 역사에 대해 현장에 있던 조지 매큔 선교사는 흥분하며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 총무인 브라운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존경하는 브라운 박사님, 우리는 매우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권능 가운데 임하셨습니다. 장대현교회에서 모인 지난 밤 집회는 최초의 실체적인 성령의 권능과 임재의 현시였습니다. 우리 중 아무도 지금까지 이전에 그 같은 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우리가 웨일스, 인도에서 일어난 부흥 운동에 대해서 읽었지만 이번 장대현교회의 성령의 역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것도 능가할 것입니다” 외국인 선교사 눈에 비친 그날의 역사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성령의 역사였다.
1907년 1월 2일부터 15일까지 평안남도 전역에서 몰려든 1000여 명의 교회 지도자들은 장대현교회에 모여 사경회를 가졌다.
1903년 원산에서부터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 부흥의 불길은 장대현교회에서 열린 사경회에 이르러 가장 강력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다. 그리고 평양대부흥 운동의 발흥이라는 절정에 이르게 됐다.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은 이전과 다른 성령의 불의 역사로 미국 토페카(1901년)나 아주사(1906년)에 일어난 성령역사와는 달리 ‘회개하는 불의 역사’로 해석된다. 이러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 데에는 길선주 목사가 중심에 있었다.
평안남도 안주 출신인 길선주는 29세 때 가까운 친구의 소개로 이길함(Graham Lee) 선교사를 만나 1895년 8월 침례를 받았다. 평양신학교에서 공부한 길선주는 1906년 원산에서 열린 하디 박사 초청성회와 서울에서 열린 존스톤 박사의 성회에 참석해 성령을 거듭 체험하며 주를 위한 헌신을 다짐했다.
1907년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난 사경회에서 길선주는 집회를 인도했다. 그 때 갑자기 길선주는 자신이 지은 죄를 청중 앞에서 고백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는 아간과 같은 놈입니다. 저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은혜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에 제 친구 한 사람이 임종하면서 부탁하기를 ‘나는 이제 죽는데 내가 죽은 후에 재산을 잘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 아내는 이런 관리를 할 줄 모르니까 꼭 부탁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과부의 재산을 다 정리하긴 했지만 그 중 100원을 잘라 먹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속였습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그의 공개적인 회개가 있자 사방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이어 여기저기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소리와 함께 회개의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음란과 증오를, 또 어떤 이는 아내를 미워했던 것을 회개했다. 사기, 도박에 대한 죄를 회개하며 우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밤이 새도록 자신들이 지은 죄를 회개했고, 하나님께 죄를 용서해달라고 울며 간절히 기도했다. 장대현교회는 은혜의 열기가 가득찼으며 선교사들은 이전에 보지 못한 성령의 불이 성도들에게 강력하게 임했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평양은 대부흥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감리교 한 선교사는 “이 부흥운동의 효과는 전적으로 훌륭했다. 교회의 신앙수준은 더 높아졌고 수천 명의 성도가 올바른 마음의 자세를 세웠다. 다수인의 사람들이 소명을 받았고, 기독교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 술주정꾼, 도박꾼, 도적놈, 오입쟁이, 살인강도, 독선적인 유학자들, 구태의연한 불교도들, 여러 천 명의 잡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되었으니, 옛 것은 모두 지나가고 말았다”고 전했다.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난 부흥의 역사는 곧바로 한국에서 가장 큰 감리교인 평양 남산현교회로 이어졌고 평양 전역으로 퍼지면서 선교사들의 무고한 피가 흘렀던, 소돔과 고모라의 도성으로 불리던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이 됐다.
또한 성령의 강한 역사 속에 평양에서 일어난 불길이 한반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대부흥은 민족교회의 형성, 기독교 학교 설립, 윤리의식 증진, 기독교세계관 정립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