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의 한 사람 곧 전에 예수께 왔던 니고데모가 그들에게 말하되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심판하느냐”(요 7:50∼51)

 그때까지 바리새인들 가운데 섞여 한쪽에서 조용히 일의 추이를 지켜보던 니고데모는 함부로 정죄하고 판결하는 바리새인들의 횡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한마디 하고 나섰습니다.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심판하느냐?”
 율법에 의하면 송사를 할 때에는 피고와 원고의 주장을 듣고 증인들의 증언의 진위를 조사한 다음에 공정한 판결을 내리도록 하였습니다. “사람의 모든 악에 관하여 또한 모든 죄에 관하여는 한 증인으로만 정할 것이 아니요 두 증인의 입으로나 또는 세 증인의 입으로 그 사건을 확정할 것이며 만일 위증하는 자가 있어 어떤 사람이 악을 행하였다고 말하면 그 논쟁하는 쌍방이 같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 당시의 제사장과 재판장 앞에 설 것이요 재판장은 자세히 조사하여 그 증인이 거짓 증거하여 그 형제를 거짓으로 모함한 것이 판명되면 그가 그의 형제에게 행하려고 꾀한 그대로 그에게 행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신 19:15∼19) 니고데모가 바리새인의 잘못을 지적하자 이는 바리새인들의 눈에 오히려 예수님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쳤습니다.

 한편 니고데모의 태도는 이제껏 행여나 누가 알세라 몰래 숨어서 예수님을 믿던 그의 신앙이 성장했음을 보여 줍니다.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증언하고 믿음을 시인하는 용기는 없지만 그의 말 한마디는 예수님과 예수님을 믿는 자들을 정죄하던 바리새인들의 고조된 감정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너도 갈릴리에서 왔느냐 찾아 보라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지 못하느니라 하였더라 [다 각각 집으로 돌아가고]” (요 7:52∼53)

 니고데모의 말은 예수님과 예수님을 믿는 자들을 정죄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창 흥분하여 아랫사람들을 질책하고 예수님을 믿는 자들을 정죄하던 바리새인들은 니고데모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곧 그의 말을 일축해 버렸습니다. 그들은 니고데모에게 “너도 갈릴리에서 왔느냐?”고 비아냥 거리며, “찾아보라!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지 못하느리라”고 단언했습니다. 시기와 질투와 미움으로 마음이 삐뚤어진 바리새인들은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율법의 굴절된 잣대만을 믿고 그것을 휘둘러 뭇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 헤아렸던 율법의 잣대로 헤아림을 받아 심판받게 될 불의한 자들이었습니다.
 “다 각각 집으로 돌아가고” 산헤드린에 모여서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꾀하면서 예수님을 잡아 오기를 기다리던 바리새인들과 제사장들은 체포에 실패하자 더 이상 그곳에서 지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니고데모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일단 비난을 퍼붓기는 했으나 자기들끼리도 완전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당황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들은 서둘러서 의회를 해산해 버렸습니다. 한편 이날 예루살렘 성전에 성회로 모였던 무리들도 초막절 끝 날 행사가 다 끝나자 해산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 예수님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적대감을 가지고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