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어린 닭의 눈에 닭모이가 들어가 부어오르자 닭을 보자기에 싸서 사람이 다니는 일반 병원을 데려갔던 적이 있다. 당시 집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이 없었고 어린 나이에 동물은 동물병원에 다닌다는 개념도 없어서 그냥 눈에 보이는 일반 병원의 도움을 받았다. 물론 의사의 진료를 받지는 못했지만 간호사의 도움으로 닭의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제거하고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람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하나 둘은 기본으로 동물병원이 들어서고 있다. 그만큼 많은 가정에서 다양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적인 애완동물은 개와 고양이였지만 요즘은 물고기부터 만지기도 어려운 고슴도치, 햄스터까지 애완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심지어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사람보다 애완동물의 수가 더 많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사람은 싫고 동물이 더 좋은 것처럼 현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욕구를 동물을 키우고 교감하는 것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동안 아이들 사이에서 일본 게임기로 개를 키우는 놀이가 유행했었다. 집을 꾸며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운동도 시키고 시간 맞춰 밥도 주는 활동이 은근히 신경 쓰이고 귀찮을 만도 할 텐데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쇼핑 아이템으로 많은 청소년과 성인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떨까? 게임은 주로 무기를 충전해 전쟁을 하거나 자동차나 비행기로 레이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이지 않는 대상과 경쟁하고 상대를 능가하는 전술을 짜서 전쟁이나 레이싱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찌 보면 현대 아동 및 청소년이 열광하는 놀이나 게임은 과거에 다방구나 숨바꼭질, 사방치기나 소꿉놀이 및 전쟁놀이 등 다양한 게임이나 사회적 놀이를 모니터로 옮겨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놀이의 방식이나 내용은 조금 더 정교해지고 현대화되었을 뿐 큰 줄기에서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듯 아동놀이가 변화하며 과거에 없던 후유증이 생겨났다. 게임이나 미디어를 통한 가상놀이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에게 말이 줄고 사회성 발달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과도한 미디어 사용으로 과잉행동이나 공격적 행동이 많아질 뿐 아니라 심하면 ADHD(주의력결핍성 과잉행동장애)로 발전하기도 했다.

 분명 과거와 비슷한 주제를 지닌 놀이인데 왜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통해 접하면 이와 같은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가상현실을 통한 사회적 놀이나 매체를 통한 관계놀이는 인지와 정서 그리고 사회적 특성이 살아있는 전인적인 교감과 소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하고 내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는 게임을 하며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기다리거나 배려하는 자연스런 사회적 성장과 발달된 태도를 습득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에 양보하거나 손해 보는 듯 한 사회적 관계 경험을 회피하고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동물이나 매체를 통한 익명의 소통과 가상놀이를 즐기는 사회풍조가 만연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개인화되어 가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발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소통능력이나 정서, 사회적 능력이 결핍된 채 외롭고 고립된 모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동 청소년기의 매체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정에서 어떻게 도와야 할까?
 첫째,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사용할 시 일정한 양과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제한해야 한다. 보통 스마트폰 게임은 40분, 컴퓨터게임은 90분 이상을 지속해야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한번 실시할 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정 시간을 허락하지만 허락되지 않는 시간에는 철저히 제한하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둘째,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실시하거나 언어나 감정인식을 도와주는 게임놀이를 통해 소통을 촉진하고 감정인식을 도와주는 것도 유익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대체할 적절한 놀이를 부모가 제시하고 함께 하는 참여가 필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놀이활동을 중지하는 것만큼 건강한 놀이활동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운동이나 산책과 같은 적절한 몸의 움직임이나 실외활동이 병행되어 지나치게 정체된 상호작용에 머무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 도시생활은 지나치게 실내 활동 위주로 이루어져 건강한 방식으로 운동에너지를 분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야외로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넷째,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감성발달에 유익한 예능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정서발달을 돕는다. 음악이나 미술활동과 같은 예술활동은 감성발달을 촉진하는 유익한 활동이다. 집에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그리기나 점토 만들기와 같은 간단한 미술활동재료를 구비해 두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만의 감성을 표현하거나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다섯째, 종이접기, 인형놀이, 점토놀이, 요리활동과 같이 손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를 제시하여 창의적이고 직접적인 놀이참여를 격려할 수 있다. 담배를 끊을 때 껌을 씹는 등 입이 심심한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처럼 게임이나 미디어 중독을 끊을 때는 손으로 하는 무언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손이 심심해지는 금단현상을 극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다한 TV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은 자녀만의 문제라 보기 어려우므로 부모의 과도한 TV시청이나 스마트폰 의존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좌측 상단에 있는 스마트폰 중독 의심증상과 부모가 실천할 예방방안을 참고하여 가족 모두가 보다 건강하고 실제적인 소통과 만남의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1. 우리 아이 스마트폰 중독 의심 증상
□ 눈깜박임과 같은 틱증상        

□ 시력감퇴
□ 구부정한 등                 

□ 또래관계 감소
□ 식사 불규칙 

□ 수면 불규칙
□ 의사소통 감소 

□ 충동성 증가
□ 공격성 증가 

□ 상상 및 공상 증가

2. 미디어 중독 예방을 위한 부모양육 Tip
 □ 규칙적으로 바깥놀이 시간을 갖는다.
 □ 부모 자신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이용시간을 줄인다.
 □ 몸으로 하는 운동이나 게임을 제안하여 가족이 함께 놀이에 참여한다.
 □ 컴퓨터나 IT기기는 휴대가 간편한 것으로 마련하고 필요할 때만 꺼내 사용한다.
 □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나 사용시간 제한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문제행동을 했을 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금지 등 극단적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
 □ 정기적으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