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토마스 선교사 대동강서 순교 피 흘려
참수했던 군졸 박춘권, 평양 초대교회 신자 돼
선교사들 숱한 박해 이기고 선교 가속화

 복음이 한국사회에 들어와 교육과 의료 전반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해외선교사들의 헌신은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헌신의 노력이 열매를 맺기까지 선교사들은 고통과 핍박 심지어 순교를 당해야 했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하러 왔다가 최초로 순교한 사람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다.

 토마스 선교사는 영국 출신으로 23세 때 목사 안수를 받고 런던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중국 상해에 도착했다. 하지만 초기에 풍토병으로 아내를 잃고 힘겨워하던 중 조선 정부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피신한 한국인을 만나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조선 선교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 25세 때 황해도 옹진군 백령도에서 2개월간 전도했던 그는 조선 선교의 때를 기다리며 한국말을 배웠다. 

 27세였던 1866년, 미국 상선인 제너럴셔먼호가 조선 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토마스 선교사는 통역관으로 배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조선인들은 서양인들의 입항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제지에 나섰다.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 얕은 곳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불을 질러 배를 태웠다. 많은 이들이 죽었고, 가까스로 살아난 토마스 선교사는 군졸에게 잡혀 결국 순교당하고 만다. 토마스 선교사는 죽기 전 자신이 갖고 있던 성경책을 군졸에게 전했다. 그리고 성경책을 받았던 군졸 박춘권은 그 후 평양 초대교회 신자가 됐다. 성경책 종이가 좋아 한 장 한 장 뜯어 자신의 집 벽지로 발랐던 박영식의 집은 이후 교회가 됐다. 토마스 선교사의 죽음은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조선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교회가 세워지는 놀라운 결과를 낳게 됐다. 또한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는 동료 선교사들에게 강한 선교 열정을 불어넣었다.

 제너럴셔먼호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조선의 최대 이슈는 개항이었다. 개항을 두고 반대와 찬성 세력간의 논쟁과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반대 성향을 가진 세력은 개항을 하면 전통문화가 파괴된다며 기독교를 위험한 종교로 배척했다. 그러나 조선의 고위 정치인들 중에는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왕실이 공식적으로 개신교 선교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개신교 선교를 묵인하고 있었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우리나라의 복음수용과 확장의 요인이 됐다. 중국과 일본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선조들이 성경을 한글로 번역해 보급한 것도 기독교 확장의 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조선에서의 선교활동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제사 의식이었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조상숭배는 효를 표하는 단순한 예식 수준을 넘어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1791년 신유박해가 일어났고, 제사를 거부한 천주교 신자 일만명이 순교를 당하기도 했다. 개신교 선교사들은 처음에는 제사를 반대했지만 대신 추도식으로 대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개신교는 또 1888년 ‘영아소동’으로 또 한 차례 곤혹을 치러야했다. 개신교 선교가 시작된 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았던 그해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의 유아들을 유괴해 잡아먹는다는 괴소문이 나돌더니 폭동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 악질분자를 돈으로 매수하고는 아이들을 꾀어다가 잡아먹고, 눈알을 빼서는 약용이나 사진현상재료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항간에 나돌았다. 이 때문에 선교사와 상종하던 관원까지 9명이나 처형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금교령과 영아소동은 오히려 한국선교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조정이 개신교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해소돼 선교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한편 냉소적이던 민중이 이제 선교사들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1898년까지 한국에는 미국 북장로교와 남장로교, 호주 장로교, 캐나다 장로교 등 네 개의 장로교 선교회가 입국해 한국 장로교 선교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빅토리아 선교회, 미 감리교 선교단, 남 감리교 선교단. 러시아 선교회 등이 차례로 한국선교를 시작함으로써 1910년까지 다양한 개신교 선교사들이 한국에 입국해 활동했다.

 선교사들은 지역별로 흩어져 복음전파에 열심이었다. 이들은 복음 전파 뿐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달란트를 활용해 교육, 의료, 스포츠 등에 헌신했다. 우리나라에 야구가 처음 소개된 것도 이 때였다. 1899년부터 1940년까지 대구 지역에서 사역하며 경북에 55개 교회를 세운 헨리 먼로 브루엔 선교사의 사역 보고에 따르면 1897년 한국으로 발령받은 브루엔 선교사는 남산교회 설립 외에도 자신이 한국에 올 때 가져온 야구 용품으로 대구에 야구를 처음 소개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가 남긴 글 속에는 “아이들과 우리는 서로 좋아하기는 했지만, 녀석들은 상당히 경계를 했소. 몇 몇은 내 손을 잡고 집까지 뒤따라왔소. 제법 먼 거리인데 말이오. 집에 오니 6명 내지 10명 정도가 더 있어서 테니스 라켓과 볼을 가지고 야구를 가르쳤다오. 그들은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공을 치고 나는 공을 잡고 감독을 했소”라고 기록돼 있다. 당시 선교사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아이들과 친밀감을 쌓고 복음을 전파, 선교활동에 큰 기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