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창궐하면서 사육농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전북 고창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닭과 오리 500만 마리가 비명에 갔습니다. 농장 한곳에서 몇 마리만 감염돼도 일정 범위 이내의 가금류를 모두 죽여 땅에 묻고 있습니다. 수만 마리씩 한꺼번에 죽여 파묻는 것이 인도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바이러스 감염 개체만 선별적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없거니와 사실상의 대량학살 이외엔 확산을 막을 묘수도 없습니다. 2003년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500여 만 마리가 죽었고, 2008년 1020만 마리, 2010년엔 640여 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소비가 줄어 관련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조류독감은 통상 AI 또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불립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사람이 감염돼 죽을 수도 있는 ‘인수 공통전염병’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조류독감은 공포감을 줄 수준도 아니거니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닭이나 칠면조 등에게 치명적입니다.
엄청난 가금류가 죽어나가지만 몇 년 이내에 그만큼의 가금류가 또다시 ‘생산’되고 산업도 회복된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공장식 대량 사육 덕분입니다. 조류독감 발생과 대량 도살, 대량 사육, 그리고 다시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조류독감의 출처를 겨울철새로 지목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단체와 민간 전문가 상당수는 공장식 축산 체제 자체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1마리당 사육공간이 A4복사용지 한 장 크기에 불과한 공장식 사육이 닭 등의 스트레스를 높여 저항력을 떨어뜨려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2011년 초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가축 수백 만 마리를 살처분했을 때도 공장식 밀집 생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공장식 대량 생산의 부작용을 이미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탐욕을 조금만 억제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이로운 것인지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