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아감 있을 때 마음의 상처 이겨낼 수 있어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한창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 바빴던 한 여성은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그리 길지 않았던 결혼기간인데도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던 혼인서약을 지키지 못했던 연약한 배우자의 모습에 실망과 배신감을 이길 수가 없었다.

  여성은 젖먹이 아들을 두고 이혼을 감행하게 되고 이혼 후 부유한 가정의 입식 가사도우미를 하며 남은 여생을 살아간다. 이후 한번도 남편과 아들을 찾아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일하고 돈을 모아 집도 장만하고 노후를 대비하며 나 혼자를 책임지는 방법을 선택한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나이도 많이 들게 되고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세상을 떠난 그녀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고 물려줄 사람도 없는 아파트 한 채만 남게 되었다.

 이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이혼을 선택하는 것보다 힘들 때 결정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참고 살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된 여성과 같은 경우에는 어떤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이혼을 선택한 것일까?

  바로 복잡한 마음의 고통이기는 하지만 그 바탕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고통이 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일로 일상 가운데 자존심을 구길 때가 많다. 흔하게 동창회에 가서 배우자 자랑, 자식 자랑 못하고 올 때, 모인 사람들 중 자신이 가장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다 느낄 때, 주변사람이나 자기 자신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덜 사랑해 주거나 관심 가져 줄 때 등등 다양한 장면에서 자존감이 상하게 된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가 이혼이나 재혼을 했거나 편애를 했거나 가족 중 신체 또는 정신 장애자가 있거나 배다른 형제가 있거나 부모가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부도덕한 행동을 했을 때 등등 다양한 이유에서 가족이나 가정을 부끄러이 여길 때도 한 개인의 자존감이 상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듯 자존감이 상하는 심리적 정신적 고통이 극심할 때 견디지 못하고 결혼생활에 대한 포기, 다시 말해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일이 있다. 모든 이혼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혼을 통해 겪게 되는 어려움이 꽤 지속적이고 광범위하며 무겁고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서 특별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혼 중 가장 어이없고 가슴 아픈 이혼은 바로 상한 자존감으로 견딜 수 없어 하는 이혼이다. 건강한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배우자의 외도나 무관심으로 자존감이 무너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 배우자의 외도로 견딜 수 없는 치욕감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결혼 전에도 건강한 자아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자존감은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을 임신했을 때의 부모의 심정, 출산 후 부모의 양육태도 등 부모의 존중과 환영 그리고 배려와 사랑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하지 않았던 임신이거나 결혼 후 자녀양육에 마음과 몸이 지치고 힘든 부모는 아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자식이 짐스럽고 부담되기만 할 수 있고 이것은 자녀의 자아감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흔히 부모 덕 없는 사람이 배우자 덕도 없고 자녀 덕도 없다고 하는 말처럼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사람은 배우자와도 친밀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실패하기 쉬워진다.

 관계 속에서 거절감과 무가치감을 느끼거나 상대의 무시와 푸대접에 마음이 상할 때 내가 받고 싶었던 존중과 사랑을 나 자신에게 제공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살피는 노력을 하며 상처받은 내 마음을 돌봐야 할 것이다.

 다음의 대화는 나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언어라 할 수 있다. 나의 성장과정에서 익숙했던 언어는 없는지 체크해 보고 상처가 되는 언어가 여러 가지 체크될 경우 손상된 마음을 추스르는데 더욱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