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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만나야 한다

 KBS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 씨는 금년에 90세가 되었습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의 실향민인 그는 1983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MC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간 방송을 위해 국내외 5만 곳 이상을 방문했고 3만 명 이상의 출연자들을 만났습니다.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진행으로 국민 MC의 명성을 얻었지만 그에게는 아직 꼭 이루고 싶은 비원이 남아있습니다. 고향 재령에서 맛깔나게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는 것입니다. 1951년 1.4후퇴 때 황해도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한 그의 삶 속에 고향과 부모님은 무엇으로도 대치될 수 없는 한 서린 그리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송해 씨의 경우만이 아닙니다. 흔히 남북분단의 결과 발생한 이산가족의 수를 천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한 맺힌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실제로 1985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북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통해 만남이 성사된 사람들은 1만 7200여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근 북한은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추진하자는 우리 측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남측의 대결적 자세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안이 정리되면 “좋은 계절에 남북이 논의를 위해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북측이 말하는 “좋은 계절”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산가족들에게는 당장 하루가 급한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남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 8800명, 이 중 5만 6000여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7만 2000여 명의 대부분은 80세 이상의 고령입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70년 가까이 분단의 고통을 감내해 온 그 분들에게 ‘좋은 계절’ 운운하는 것은 잔인한 언어폭력입니다.

 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귀성객들로 인한 ‘민족의 대이동’이 어김없이 시작될 것입니다. 부모형제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가족은 서로 만나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부응하는 순리입니다. 이를 가로막는 정치나 정책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 될 수 없습니다.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위한 협의는 바로 지금, 조건 없이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김성동 장로(한세대 교수, 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14.01.26. am 11:2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