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던 좋은 만남들이 있다. 고마웠던 선생님 그리고 어린 시절 함께 성장했던 친구들 그리고 부모와 형제까지. 이 모든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고 어찌 되었든 지금의 내 모습을 형성하게 됐다.

 이 모든 관계 가운데 나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상은 아마도 부모일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은 그토록 부모의 사랑을 놓고 다투는지도 모른다. 똑같이 사랑한다고 했지만 어떤 자녀는 사랑을 느끼는 반면 어떤 자녀는 사랑을 느끼지 못해 늘 불만에 쌓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럴 때 아이의 문제인지 부모인 자신의 문제인지 궁금해 하지만 어찌 보면 둘 간의 관계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 식성이 다르듯 무언가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데에서 오는 불편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점이 다를 때 자신의 입장과 관점을 열심히 설명하고 이야기해 봤자 둘 간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에는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의 의견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의견을 더 확고히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혼낼 때 같은 얘기를 매일같이 해도 “너는 떠들어라”라는 식으로 귀담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운다고 말하지만 이것 역시 자녀의 마음에 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소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자녀를 가르치거나 훈육하기에 앞서 자녀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자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부모는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나는 내가 낳아 길렀어도 우리 아이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고. 아이가 낯설다고 표현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경우를 전형적으로 부모와 좋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라 말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자녀가 몇 살이든 성실히 다음의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첫단계는 조율(attunement)이다. 조율은 자녀의 내면상태에 부모 자신의 상태를 맞추는 것을 말하는데 일상의 삶에서는 자녀의 비언어적 소통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조율하는 부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거칠게 행동하는 자녀를 보며 이쁘게 말하라고 공손하게 행동하라고 질타하지만 사실 부모는 아이가 언제 무엇에 기분이 상해 있는지 알고 있다. “아빠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아 기분이 안좋은가 보구나.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 나누자. 기분 풀어라”라고 말해준다면 자신도 기분 나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미숙한 아이에게는 성장을 위한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균형(balance)이다. 일상에서 자녀의 감정과 생각을 읽고 반응해 주는 부모의 조율하는 모습을 경험한 자녀는 신체, 감정 그리고 마음 상태의 균형을 얻어간다. 슬픈 감정도 기쁜 감정도 흥분도 좌절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무슨 일에도 무덤덤한 사람이 있다. 좋은 정서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음이 낙심되면 몸도 처지고 기분이 좋으면 몸도 흥분되는 것이 일반이다. 우리 자녀는 어떠한가? 느껴지는 감정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세 번째 단계는 일치(coherence)다. 이제 자녀는 자신이 내면적으로 통합되어졌고 관계적으로도 타인과 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자기 내면세계와 외부관계 모두에서 통합되어지는 감각을 획득한다. 이런 자녀는 자신의 감정에만 민감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힘, 곧 애착이 형성된다.

  다음은 아동기 애착형성 정도를 체크하는 문항들이다. 모두 애착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의 문제행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합계 점수가 100점을 넘은 경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볼 것을 추천한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