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계시니 승리하고 이웃과 나누니 행복하죠” 
이발사 인생 60년… 소외된 이웃 나누고 섬기는데 앞장  
봉사에 솔선수범, 선교지 후원하며 기쁨과 감사 넘쳐나
   
 구로5동에 위치한 승리이용원은 구로구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다. 1950년대에 승진이용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88년 ‘예수 승리’라는 뜻의 승리이용원으로 상호를 바꿨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승리이용원은 세련된 기계와 화려한 조명 대신 따뜻한 정감이 넘쳐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발소보다 미용실을 더 선호하지만 40∼50대 남자들은 옛 향수를 떠올리며 승리이용원을 이용하고 있다.

 승리이용원의 주인 송운천 안수집사(구로대교구)는 15살 때부터 이용 기술을 배워 이발사로 살아왔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이발 인생 60년이 된다. 한가지 일을 60년 동안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송 집사는 하나님이 주신 이 직업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웃과 함께할 수 있고 우리나라 농촌과 어촌은 물론 선교지에 나가서도 바로 봉사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이 이발이잖아요. 저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좋은 달란트를 주셔서 감사드려요”

 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외롭게 자란 송 집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미군부대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15살 때 생계유지를 위해 이발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기술을 배웠다. 성실하게 일했지만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983년 어느날 이발소에 자주 놀러오던 이웃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게 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의자에 앉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교회 결혼상담소에서 사랑하는 아내도 만났다. 신앙이 좋은 아내는 구역장, 지역장, 찬양대, 여선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했다. “이발소에 손님이 너무 없어서 그만 두려고 했을 때 최자실 목사님의 사역이 영화로 제작된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를 봤어요. 그날 꿈을 꿨는데 커다란 구렁이가 이발소에 있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화장품 병을 집어 던지니 구렁이가 순간 두 토막 나면서 잘라졌어요. 그 뒤로 이발소에 손님들이 많아졌죠” 이발소 운영이 잘되자 그는 하나님께 더 많이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회에 가는 날은 이발소 문을 닫고 열심히 예배를 드렸다. 결혼할 당시 돈이 없어 월세를 얻어 가정을 꾸렸지만 하나님이 복을 부어주셔서 전세로 옮기고 곧 집도 장만하게 됐다. 집을 옮길 때마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은 꼭 먼저 떼어내 하나님께 드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예배 드리고 와서 오전 6시부터 이발소 문을 열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3층짜리 다세대 주택도 갖게 됐다.  

 4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천국에 보내는 슬픔이 있었지만 그는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고 이웃에게 나누는 삶을 살기로 했다. “아내의 병 수발을 들면서 순복음의료센터에서 봉사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남선교회 심방실에서 봉사했는데 이발 기술을 사용해서 봉사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 의료센터로 가게 됐죠. 제가 의료센터에서 봉사하면 교회 봉사를 열심히 했던 아내도 좋아할 것 같았어요”

 그는 순복음의료센터에서 의료사역을 나갈 때마다 동참해 이용기술로 봉사했다. 3년전 태국 치앙마이 신유 신년축복대성회에 참석했을 때는 빵뿌씽순복음교회에서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용봉사에 힘쓰고 거액을 선교헌금으로 드리기도 했다. 
 “아내 이름으로 만들어놓은 통장에 1500만원이 있었는데 선교사 사모님이 병을 앓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 통장에 모아두었던 돈을 드렸어요. 하나님이 주라고 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들었는데 그때 헌금한 돈으로 치앙마이에 신학교를 지었다고 하시더라구요. 하나님께 감사했어요”

 수차례 해외봉사를 다녀올 때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모두 선교지를 위해 헌금하고 온다. 비안도 섬마을 주민들에게 봉사하러 갔을 때는 대형 TV를 기증하기도 했다. 
 “나를 위해서는 안먹고 안써도 비상금을 만들어 놔요. 선교지에 나가서 헌금도 하고 식사대접도 하고 싶어서요. 나누고 나면 참 행복해요. 제 나이 74세라 얼마나 더 선교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건강 주시는 한 열심히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송운천 집사는 이웃과 나누는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 교회에서 봉사하기 전에는 부천 혜림원과 오류동 애육원에서 25년 동안 봉사해 인기 많은 이발사 아저씨로 통했다. 장애우들과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면 힘이 나고 즐거웠다. “정상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마음의 상처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장애의 경중이 문제지 모두 똑같은 사람이고 하나님의 자녀니까 도와야죠” 

 그는 정기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수시로 달려나가 앞장서 도왔다.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장으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상,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고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 봉사해온 공로로 구로구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봉사하러 가면 참 기뻐요. 돈 버는 것보다 봉사할 때 진정한 보람을 느끼죠. 봉사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보수적이고 가정적이지 못했는데 나가서 남들에게도 봉사하면서 가정에 봉사를 왜 못할까 싶어 식구들에게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니 행복해졌어요.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죠”

 송운천 집사는 자녀들에게도 이웃과 나누는 삶을 가르친다. 명절 때 손주들을 만나면 헌금과 기부금을 따로 주며 하나님께 드리는 법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법을 가르쳐준다.
 “야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라는 시편 23편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는 송운천 집사.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나눌 때가 가장 기쁘다는 그의 고백이 아름다웠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목자이신 하나님이 계시니 나눠도 부족함이 없다는 그는 진정한 부자였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 편집·김성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