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고 주님 바라볼 때 승리
버려지는 돌멩이 하나도 헛되이 만들어진 것이 없다. 따라서 창조주의 뜻을 따라 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몇 가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기는 리더십의 초석이라 하겠다. 우리 몸속의 DNA 구조가 사람마다 각각 다르듯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도 다 다르다. 다시 말해 어떤 달란트를 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차별화된 이슈를 끌어 낼 수도 실의에 빠져 방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지혜와 관련된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는 단호히 말한다. “지혜의 원천은 주님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전략마케팅 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오래전 나를 비롯한 우리 마케팅팀은 새로운 드라마 한 편을 쓰기로 했다. 당시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 소위 ‘백색가전’이라 불렸던 주요 가전제품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삼성이 가진 브랜드파워는 경쟁사들에게 다소 밀리거나 박빙의 승부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는 만도의 ‘딤채’였다. 삼성 매장에 와서도 소비자들은 김치냉장고가 아니라 ‘딤채’를 찾았다. 삼성에서는 ‘다맛’이란 김치냉장고가 나오고 있었지만 ‘딤채’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에어컨 역시 삼성의 ‘블루윈’과 LG의 ‘휘센’이, 세탁기는 삼성의 ‘파워드럼’과 LG의 ‘트롬’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소비자 조사를 해보고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니 소비자들은 어느 특정 가전사가 아니라 단품별 개별 브랜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 선도적인 제품명이 해당 제품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삼성의 개별 브랜드는 숙성 기간이 짧아 이미지 측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미 개별 브랜드로는 절대강자가 되기에 역부족인 듯했다. ‘싸움의 공식’과 ‘모래판의 룰’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 나오더라도 열세를 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심한 압박감에 매일 밤늦게까지 직원들과 토의하고 고민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에 대한 인식을 고급스럽게 바꿀 수 있단 말인가? 퇴근을 해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식욕까지 사라질 지경이었다. 그때 지혜를 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아무 성과도 없이 몇날 며칠이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주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제품들은 속속 도입계획이 완료돼 갔으나, 마케팅 전략은 확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생산파트의 전략마케팅팀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직원들이 함께 밤을 새워가며 난상토론을 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론은 ‘개별 브랜드’가 맞부딪치는 현재의 시장 양상을 ‘통합 브랜드’로 돌파하자는 것이었다. 즉 회사 브랜드도 제품별 개별브랜드도 아닌, 가전제품만의 통합브랜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한번 브랜드 인지도가 생성되면 제품별로 따로따로 들었던 마케팅 비용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노출도 극대화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전격적으로 신규 ‘통합 브랜드’를 도입하기로 결정, 브랜드 네이밍을 발주했고 여러 대안 가운데 우리는 독일어로 가정의 중심이라는 뜻을 가진 ‘하우젠’을 선택했다. 지금은 이미 통합 브랜드가 브랜드 전략의 기준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것은 대단한 모험이라 할 만한 선택이었다. 브랜드는 삽시간에 신제품들과 함께 인지도가 올라갔고 판매량도 급증했다. 대성공이었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마침내 우리는 ‘글로벌 마케팅 대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인내는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원리다. 그분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라고 말씀하셨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참고 인내하신 주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정진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지혜의 근원이 되어 주셨고, 모든 것들을 순탄하게 이끌어 가주셨다. 차마 다 쓸 수 없는 여러 난관들 앞에서도 주님은 생각지도 못할 지혜와 명철로 이 일을 이끌어 주셨다. 때문에 나는 지혜의 근본이 하나님이시고, 구하는 자에게 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구할 것을 당부한다.
전옥표 교수(위닝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