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성악계의 거장, “하나님 안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한국 문화 수준 높여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무대에 올라

 지난달 27일 우리교회 주일 4부예배 특송 시간에 성악계의 거장 김신환 교수의 ‘생명의 양식’이 울려퍼졌다. 82세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부한 성량으로 대성전에 가득 울려퍼지는 은혜로운 찬양에 많은 성도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탈리아 라스칼라극장 사상 최초의 동양인 솔리스트, 서울 시립 오페라단 초대단장, 전 세종문화회관 대표이사 사장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김신환 교수는 현 러시아 UFA 국립예술종합대학 명예교수, 우리교회 음악선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벨칸토 창법의 대가인 김신환 교수의 이력과 학력, 경력은 너무 화려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프랑스 파리예술콩쿠르 1위, 저명한 성악가에 수여되는 이탈리아 베르디 금상 등 다수의 수상을 하고 이태리 대통령 문화 훈장과 기사작위를 받는 등 한국인으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14살 때부터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그가 82세인 지금까지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노래하며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저는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우리의 악기인 목은 하나님이 주신거지요. 노래는 하나님의 속성이에요. 그게 음악이죠. 거기에 내가 참여하는 사람이고 내 몸은 하나님이 주신 몸이니 깨끗해야 해요. 무엇보다 몸을 소중히 여기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내 몸을 더럽히는 모든 요소는 없애야 하죠” 그는 또 말을 이어 나갔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중요해요. 중학교 1학년 때 최고의 성악가한테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에 최초로 오페라를 가져오신 이인선 선생님에게 무작정 찾아가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붓글씨로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제 마음을 전했더니 제자로 받아주셨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신환 교수는 아버지의 신앙을 이어받아 아주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믿고 의지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코넬 대학에서 공부한 한국인 최초의 이학박사로 한국 생물학회 회장, 문교부 차관, 홍익대 총장, 건국대 초대 축산대학장을 지낸 김호직 박사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서울대 문리대 생물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파리 소르본느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감성을 가진 생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교육관에 따라 14살 때부터 성악 개인교습을 받았다. 파리에서도 생물학 공부를 하면서 성악 레슨을 받았고 파리예술콩쿠르에 참가해 1등을 차지했다. 한국인 최초의 유럽국제 콩쿠르 입상이었다. 1958년에는 각 국립 음악원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1등만 들어갈 수 있다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합격해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학시절 동안 수많은 세계적인 거장들에게 사사받고, 각종 유명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었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 아르깐제로 꼬렐리 금상, 안제로 마리아니 금상, 이탈리아 베르디 금상 수상 등 성악가로서의 영예를 누렸다. 이탈리아 마스까니 금상을 비롯해 금년의 온정상, 빤빠니니 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전세계를 아우르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동양인이 콩쿠르에 나올 때마다 1위를 하니까 다들 신기하게 봤어요.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이태리 스칼라 극장에 솔리스트로 뽑혀서 활동할 때도 많은 이목을 받았죠. 그 때는 한국이 무척 가난했는데 아버지는 한국인으로서 무대에 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항상 범사에 감사하라고 당부하셨죠”

 그는 첫 콩쿠르에 나갈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전에 ‘범사에 감사하라’는 글을 적어 가슴에 지니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러면 꼭 1등을 했다. 거장이 된 지금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음악활동을 하다보니 음악적으로 전도할 수 있어 감사하죠. 하나님의 속성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고대 피타고라스도 사람들이 못듣고 있지만 우주에 파장이 있다고 생각했고, 공자는 언어가 다하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고 했죠. 최고 수준에 있는게 음악이라는 거예요. 하나님이 주신 음악이고 찬송이니까 얼마나 아름답겠어요”

 그는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때 초청을 받아 서울 시향 반주로 독창회를 하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4년에 한국에 돌아온 그는 영남대학교 교수로 부임을 하면서 학장이 되고 서울시오페라단을 창단했다.

 “세종문화회관에 개관 페스티벌을 하면서 보니 오페라단이 없더라구요. 나는 한국 오페라의 국제화를 위해 서울시립
오페라단을 만들자고 서울 시장에게 건의 했죠. 세계화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통해서 나가야 해요. 오페라단을 육성 시키면 그 나라 문화 수준이 올라가죠”

 김 교수는 서울시오페라단을 창단하고 초대단장을 맡아 12년간 국내 오페라 발전에 힘썼다.

 그는 언제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했을까?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19살이었어요. 북한군에 잡혀서 정치보위국에 끌려가서 많이 얻어맞았죠. 아버지는 미국에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대표로 가서 코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계셨어요. 저는 미국으로 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인민군들에게 반동이 된거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만큼 무서웠다. 북한 군인들에게 수시로 끌려가서 맞았다. 군화 발길질은 예사였다.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어서 믿는다고 대답했다가 맞고 또 맞았다. 같이 잡힌 사람들은 모두 총살당했고 그는 북한 정치보위국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는 다시 도망가다 붙잡혀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받았다. 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에서 감옥에 갇혔다. “그 때 눈을 감았는데 빨간 불이 나를 비추는거예요. 여러 번 빨간불이 나타나더니 눈앞이 전부 시뻘겋게 물들었어요. 그 때 뿌옇게 어떤 형상이 보이는데 미국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예수님의 십자가 옆에서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며 기도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십자가를 붙들며 눈물을 흘리고 계시더라구요”

 그는 자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아버지의 환상을 보고 정신을 잃었다. 그 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침 미군들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김 교수가 갇혀있는 부대까지 온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군의 도움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김신환 교수는 국내외 최고의 상을 휩쓸며 수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고 했다. “1953년 초 작곡가 나운영 선생님이 물리대 2학년생인 저를 찾아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어요. 지금도 많이 불리는 이 찬양이 그 때 초연을 하는 거였어요. 당시 내로라하는 많은 성악가들이 있었지만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표현하는 찬양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마음을 담아 노래하며 한국 성악계에 큰 발전을 일으킨 김신환 교수. 아름다운 노래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김신환 교수는 우리교회 세계선교센터 8층 음악선교회에서 17일, 24일 오후 1시부터 성도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예정이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