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가 대답하되 당신은 귀신이 들렸도다 누가 당신을 죽이려 하나이까”(요 7:20)

 예수님께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말씀하신 대상은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이로 말미암아 더욱 예수를 죽이고자 하니 이는 안식일을 범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의 친 아버지라 하여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으로 삼으심이러라”(요 5:18)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미워하여 죽이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유대인 무리는 “너희가 어찌하여 나를 죽이려 하느냐?”(19절)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리둥절했습니다. 무리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말인가? 이 사람이 미쳤구나’라고 생각하고, 예수님께 “당신은 귀신이 들렸도다. 누가 당신을 죽이려 하나이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한 가지 일을 행하매 너희가 다 이로 말미암아 이상히 여기는도다 모세가 너희에게 할례를 행했으니 (그러나 할례는 모세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조상들에게서 난 것이라) 그러므로 너희가 안식일에도 사람에게 할례를 행하느니라 모세의 율법을 범하지 아니하려고 사람이 안식일에도 할례를 받는 일이 있거든 내가 안식일에 사람의 전신을 건전하게 한 것으로 너희가 내게 노여워하느냐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롭게 판단하라 하시니라” (요 7:21∼24)

 무리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미워하여 죽이려 하는 원인이 된 ‘한 가지 일’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한가지 일’은 바로 안식일에 베데스다에서 서른여덟 해 된 병자를 고친 일이었습니다(요 5:1∼18).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병을 치료하셨다는 이유로 율법을 어긴 자로 간주되어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으며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안식일을 어겼다는 이유로 율법을 어긴 자로 몰리신 예수님께서는 무리에게 율법의 참된 의미에 대해 이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율법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율법의 잣대로 판단하고 정죄하는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모순을 알지도 못했고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의 율법 준수는 율법의 참뜻을 알지 못한 채 자신들의 생각과 편리에 따라 수정하여 형식화한 의식주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할례는 하나님께서 언약의 표로 아브라함에게 명하신 것으로, 모세가 율법을 받기 430년 전부터 이미 시행되었습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할례는 모세에 의해 율법화되었습니다(레 12:3). 그러나 형식적인 할례 의식을 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여러 곳에 형식적인 ‘육신의 할례 의식’을 행하기보다는 ‘마음의 할례’를 받으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신 10:16; 30:6; 렘 4:4; 롬 2:28∼29).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하나님의 뜻에 전폭적으로 순종하는 마음 자세가 ‘마음의 할례’요, 이러한 마음의 할례를 받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율법의 참뜻을 간과하고서 율법의 형식과 의식만을 중시하여 변칙적으로 율법을 지키고 그것으로 사람들은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시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신 것입니다.

※‘요한복음강해’(서울말씀사)에서 요약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