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협조할 수 있는 접촉점 찾아야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부가 금실이 좋은 것도 흔한 일이 아닌 듯 보인다. 결혼에 대한 남자의 기대와 여자의 기대가 다른 곳에 있는 것도 문제지만 현대 가족이 변화하는 가정 상에 맞춰 자신이 기대하는 배우자상을 변화시키지 못함으로 인한 가정 내 불만과 갈등이 증가되고 있다.

 남자들은 결혼하면 아내가 아이도 잘 키우고 자신의 식사도 잘 챙겨줘서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조금 더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뿐 아니라 저녁이나 주말이면 부부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결혼하면 흔한 남자들의 기대와 달리 맞벌이하는 아내와 함께 아침식사를 거르고 다니기가 일쑤고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밖에서 식사를 사먹어야 하는 일이 많으며 주말이면 한주간의 업무에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집 청소며 장보는 일도 같이 다니며 해야 할 것 같고 함께 살지 않는 부모님께 자식 된 도리도 해야 하는 등 역할만 더 늘어나고 몸과 마음은 지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아내 된 입장에서도 결혼을 통해 든든한 남편을 얻어 가정에서 쉼도 누리고 위로도 받고 일터에서의 씁쓸한 경험을 잊을 만한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 기대했는데 실상은 식사와 청소뿐만아니라 더 넓어진 가족관계에 적응하느라 하루도 몸과 마음이 편안할 날이 없다고 실망할 수 있다.

 사랑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지만 결혼이라는 현실이 이처럼 부담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우리는 결혼 때문에 사랑에 빠져선 안되는 것일까 사랑 때문에 결혼을 잘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결혼을 놓고 미혼자들도 기혼자들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상담 장면에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한 가정을 보면 의외로 갈등의 원인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것을 보게 된다.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 집에서 잠만 잔다” “장가든 후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남편인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나기도 한다” “남편은 허구한 날 야근이고 주말에도 집에 있지 않는다” “아내가 음식을 너무 못한다. 제대로 간이 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등등 일상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가벼운 어려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된다면 그것은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부부는 부모를 떠나 사랑하는 이성과 가정을 꾸리며 이미 떠나온 부모의 역할을 새롭게 일궈놓은 가정의 배우자가 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어머니가 밥과 빨래를 해 주셨다면 결혼 후 아내가 밥과 빨래를 해주며 자신의 삶을 지원해 주리라 기대할 것이고 부모님이 용돈이나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주셨던 것과 같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사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을 채워줄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요리나 살림실력이 40년 베테랑이신 어머니를 능가할 수 없고 남편의 경제력이 60대 안정된 부모의 경제력을 따라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부모를 떠나 배우자에게서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젊은 남녀에게서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불만족 그리고 결혼에 대한 후회가 많이 발생한다.

 하루하루의 불만과 불평이 쌓여 이제는 배우자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이 감정이 굳어지게 되면 그 부부는 정서적 이혼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배우자가 있어도 삶이 달라지지 않고 반대로 배우자가 없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 서로에 대해 어떤 필요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 결혼을 했어도 배우자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부관계, 법적으로 이혼한 것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론 이혼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여 정서적 이혼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들은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자녀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는 배우자가 필요 없지만 자녀에게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모두 필요할 테니 그들을 위해 함께 산다고 한다.

 위의 사과나무 그림을 보면서도 알 수 있듯이 열매를 자녀라고 한다면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부모인 나무가 온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배우자가 절대 부모 대신이 될 수 없고 전통적인 가족처럼 남자는 돈 벌어오고 아내는 가정살림만 책임지는 식의 이분화된 부부의 역할분담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편도 살림하고 육아하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아내도 가사일과 육아 그리고 경제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둘이 모든 영역에서 똑같은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은 비효과적이지만 남편과 아내가 적정선에서 역할분담에 합의하고 현실적인 기대를 상대에게 할 수 있을 때 함께 해 주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고 현대가정이 겪는 갈등과 혼란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좋은 모델링도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자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배우자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하고 상호 협조할 수 있는 접촉점을 찾아보자.

▶ 가족동물화
재료: A4용지, 연필, 지우개
① 부부 모두 한 장 씩 종이를 나누어 갖고 연필을 갖는다.
② 각 사람이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과 자신의 부모 그리고 배우자와 그의 부모를 기억하며 그들을 상징하는 동물을 선택하여 종이 위에 그려보도록 한다.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부모님을 모두 동물로 표현하여 총 6가지의 동물 그림을 그리면 된다.
③ 그림이 완성된 후 부부는 서로 자신이 그린 6종류의 동물그림과 배우자가 그린 6종류의 동물그림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보고 각각 그림을 그린 자신의 의견을 나누어 보도록 한다. 부부가 서로 각자가 인식하는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나누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특히, 부모를 닮은 자신의 모습, 부모를 닮은 배우자의 특징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이견을 좁혀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글: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