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좋은 뜻을 전한다 의미 ‘왕길지’로 명명

경남지역 복음화와 평양에서 제자양성에 최선

 왕길지 목사로 더 익숙한 겔슨 엥겔(Gelson Engel) 선교사는 1900년 10월 29일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조선선교에 대한 부푼 꿈을 갖고 부산항에 입항했다.

 엥겔은 우리나라에 오자마자 언어와 풍습을 익히기에 힘써 27일 만인 11월 25일 주일예배 때 처음으로 조선말로 축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심지어 그는 3∼4개월 후인 1901년 초에는 한국어로 설교했다고 한다. 그의 한국이름 왕길지는 ‘엥겔’과 비슷한 ‘왕길’에, ‘최고로 좋은 뜻’을 전한다는 의미를 덧붙인 것이다.

 엥겔 선교사는 1868년 독일 남부 부르템베르크에서 태어났다. 교사의 꿈을 안고 뉴팅겐에서 사범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스위스 바젤과 영국 에딘버러에서 각각 문학과 신학을 전공했다. 사범학교 재학시절, 한 선교대회에 참석했다가 ‘내적 확신’을 체험한 후 선교사로 헌신을 다짐한 그는 1892년 6월, 바젤선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선교사로 인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894년 인도에서 선교사로 있던 호주 감리교 목사의 딸 클라라 바스(Clara Bath)와 결혼한 후, 1898년 감리교선교부로 이적하고 건강악화로 6년간의 인도 선교를 접고 호주로 갔다. 그는 호주에서 하바드 칼리지 교장으로 2년간 봉사하면서도 인도에 도착 당시 “40년 동안 선교사로 일하겠다”고 서원했던 ‘마음의 빚’을 안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선교의 기회가 찾아왔다. 때마침 빅토리아 장로교회 여선교연합회(PWMU)가 한국에 파송할 능력 있는 목사 선교사를 찾고 있었는데, 인도에서 6년 간 선교한 경험이 있던 그가 적절한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엥겔 선교사는 부산, 울산과 함안 등 동남부지역을 맡아 복음전파에 노력했는데 그동안 여선교사들이 어렵게 유지해 오던 주일집회를 정식 교회로 발전시켜 부산진교회를 설립하여 1914년까지 담임했다. 또한 역시 여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동래 일신여학교 운영을 맡아 초대 설립자이자 2대 교장으로 봉직했으며,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회 총회장, 경남노회장 등을 역임했다.

 엥겔 선교사는 1902년부터 평양신학교의 강사로 매년 3개월씩 강의하던 것을 1919년부터는 전임교수로 청빙을 받아 평양에 상주하면서 귀국할 때까지 신학교육에 전념하며 성경언어 및 교회사 교수, 도서관장 등으로 봉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교회사를 가르친 첫 선교사 교수였으며, 특히 1918 년 창간된 「신학지남」의 초대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27회에 걸쳐 논문을 게재했다. 또한 역사편찬과 문서출판, 교재집필, 성경번역 등의 다양한 문서사역도 펼쳤다.

 엥겔 선교사는 1938년 70세가 되어 31년간 봉직했던 평양신학교 교수와 선교사직을 은퇴하고 호주 멜버른으로 돌아가, 이듬해인 1939년 5월 24일, 72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의 제자로는 방지일 목사가 있다.